자동차와 건설은 대표적인 조립 및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이들 업체의 부도는 여느 산업에 비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1차 협력업체가 5백4개사,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9천3백여사에 이른다.

이들중 대우차 납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어려워진다.

대우차로부터 대금을 결제받지 못할 경우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용 판재류를 공급하는 철강업체도 영업에 타격을 받는다.

심지어 대우차의 수출을 대행해온 (주)대우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수출 감소로 이어져 국가 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업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1월초 현재 업계 1백위 이내의 중견업체들중 37개사가 워크아웃(6개사) 법정관리(15개사) 화의(12개사) 청산(4개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과 거래하고 있는 수천개 하청 중소업체들은 어음을 제때 결제받지 못할까봐 불안에 휩싸여 있다.

또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공급업체들은 당장 외상대금 회수를 걱정하는 한편 판매가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대우차 및 대형 건설업체의 연쇄 도산위기가 증폭되면서 정부는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금융권에 자금 지원을 독려해도 대우차 및 건설 관련사에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산업자원부 중기청 등 정부 유관부처들도 9일 퇴출 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책 등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회장단이 포함된 이사회를 개최, 위기에 몰린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재계는 "11ㆍ3 조치로 인해 건전한 기업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있어 정부는 한시적인 금융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상공회의소와 인천시민대책위원회 등 인천지역 경제계와 사회단체들은 9일 대우차 부도에 따른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탄원서를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채권단 인천지법 등에 제출했다.

◆ 건설업 위기 파장 =건설 하청업체들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공사대금용 어음을 쥐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가 부도날 경우 이들 하청업체의 부도는 피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의 협력업체는 각각 2천5백개사와 1천1백개사 정도이다.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멀쩡한 건설업체도 정상적인 자금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현대건설이 무너질 경우 경수로사업, 경부고속철도, 월드컵 경기장 등 주요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는다"고 우려했다.

건설업 위기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치솟게 된다.

더욱이 해외에서 진행되던 공사가 일시적인 차질을 빚을 경우 국가 전체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 대우자동차 부도 파장 =10일 이후 하청업체들의 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대우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해온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의 경우 어음 결제와 임금 지급이 10일에 몰려 있다.

대우차가 9일로 예정된 물대 2천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 1차 협력업체들도 자금을 결제하지 못하게 된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T산업은 9일 대우차로부터 21억원의 결제대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 돈으로 10일 자재대금과 임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차 부도로 정상적인 자금운영이 어렵게 됐다.

대우차에 차체부품을 공급하는 (주)윤영은 이날 대우차 납품 생산라인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증권업협회에 공시했다.

대우차 의존도가 78%인 이 회사는 대우차 라인이 가동하지 않을 경우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전경련 김석중 조사본부장은 "대우차와 대형 건설사의 위기파장은 신용경색을 가져와 하강국면에 들어선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경쟁력 있는 관련업체들이 억울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금융권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원.김희영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