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수뇌부가 현대건설 자금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자구계획 시안을 마련해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번 주말께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의 규모는 서산간척지 일반매각과 정주영 전명예회장및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사재출자를 포함,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은행단이 현대건설에 연말까지 갚도록 요구하고 있는 8천3백억원보다 2천억원 정도 많은 규모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이미 여러차례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어느정도 실효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자구안을 내놓아 채권단과 시장을 납득시킬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현대는 채권은행단에서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자구안 이행이 부진해 부도가 불가피해지는 경우에 대비,정몽헌 회장의 감자 및 출자전환 동의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회생이 어려울 경우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 다른 우량계열사의 동반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건설을 버리는 방향으로 2단계 대응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는 평소의 소신을 감안할때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며 최근에도 두 사람은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몽헌 회장이 9일 오전 10시께 정몽구(MK) 현대자동차 회장과 만나기 위해 양재동 신사옥 회장실을 방문한 것도 자구계획마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몽헌 회장은 김윤규 사장과 함께 현대자동차 양재동 신사옥 20층 회장실을 전격 방문했으나 정몽구 회장이 부재중이어서 회장실 내부만 둘러보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측은 정몽헌 회장의 이날 방문은 사전 예고가 없었으며 정몽구 회장이 외부인사와 만나기 위해 출타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몽헌 회장의 이날 방문은 그동안의 사정을 돌이켜볼 때 아주 이례적인 것이고 현대그룹 수뇌부가 건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대건설은 서산간척지를 일반에 팔아 5천억~7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서산땅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매각일정도 촉박해 연말까지 이만한 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