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소식은 사경을 헤매는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주가가 저점을 계속 낮추는 와중에 들려온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은 이래저래 투자자들의 관심이다.

13일 증시에서 장중 한때 500선 밑으로 갔던 종합주가지수가 막판에 낙폭을 줄인 것도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증시에 당장 큰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컨트리리스크(국가위험도)를 줄이는 데는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된다=''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소식은 분명 호잿거리다.

특히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통치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 그동안 등한시 해왔던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등의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정치적 입지가 강화된 DJ가 경제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문제보다는 경제문제를 더 챙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은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더이상 ''위험지역''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어 한동안 주춤했던 외자유치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김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치중케 되는 것뿐 아니라 외국투자자들에게 미소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 영향력은=당장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장 막판에 나타난 현상이 전부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고유가와 미국증시 폭락,반도체값 급락 등의 ''외생변수''가 증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에 ''주변 재료''가 쉽사리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상승장에는 재료가 되지만 요즘같은 하락장에선 별무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다른 분석도 있다.

경제여건이 다르지만 지난 93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직후 남아공 주식시장이 폭등한 적이 있다.

당시 남아공 주가는 노벨상 발표이후 3,700선대에서 불과 1년만인 94년 9월에는 6,000선을 돌파하는 등 대약진했다.

그러나 남아공과 한국의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른 만큼 직접적인 호재가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또 다른 한 전문가는 "기대감이 모아지는 것은 좋지만 미국시장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우지수가 10,000선,나스닥지수는 3,000선에서 지지받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박현주 사장은 "현재 주가폭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김 대통령이 평화상 수상이후 구조조정 등 밀린 숙제를 서둘러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