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중동사태는 즉시 미국경제의 심장부를 건드렸다.

첨단기술주들의 거품이 빠지면서 혼이 빠져 있던 월가에 일격을 날렸다.

이 펀치는 워낙 강한 것이어서 미국경제의 연착륙 기조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 경제의 연착륙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는 유가(energy), 기업수익(earnings), 유로화(euro) 등 이른바 ''3E''의 향방이다.

최근 들어 이 3가지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고유가와 기업수익둔화는 시장을 ''패닉''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전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와 미군함 폭발사건은 WTI 가격을 다시 37달러로 올려 놓았다.

지난 10년간의 미 경제호황은 값싼 유가가 ''신경제''의 코스트를 절감시켜 주고 인플레를 막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지금의 고유가는 ''호황'' 기조를 ''침체'' 기조로 몰아넣을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올들어 계속된 유가상승은 기업들의 에너지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수익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까지 겹쳐 미 기업들의 영업이 어려워졌고 이는 증시하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미국경기는 이미 꺾였다.

12일 다우지수 폭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홈디포의 수익둔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인들은 조금만 여유가 생겨도 집수리에 나선다.

전국에 1천52개의 점포를 가진 세계최대 주택수리자재업체인 홈디포의 실적둔화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냉각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문제는 속도다.

아직은 "연준리(FRB)가 지난해 6월 이후 올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실시한 금리인상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그렇게 위험스런 상황은 아니다"(빈드 파렐 스피어스 벤작살로먼&파렐 회장)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고평가돼 있는 미주가가 새로운 ''냉각경제''에 적응하기 위한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연착륙이 어려울지도 모른다"(존 포레일 인디펜던트투자연합 수석부사장)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