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가 뜨거워진다.

국내외 화제작들이 한가위 대목을 맞아 일대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산영화로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히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가을빛 물씬한 판타지 멜로물 "시월애"가 전선에 투입된다.

두 영화는 스크린 확보에서 절대우위를 점해 유리한 입지를 다졌다.

할리우드에서는 짐 캐리를 내세운 요절복통 코미디 "미 아이린 마이셀프"와 사무엘 잭슨 주연의 형사물 "샤프트"가 맞붙는다.

지난주 개봉한 "아이즈 와이드 셧""할로우 맨"같은 대작들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택시2""U-571"도 선전중이다.

대학로에선 일본 호러영화까지 가세해 틈새 관객을 부른다.

상차림이 풍성한만큼 고르는 즐거움도 크다.


<>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총격살인사건을 다룬다.

미스테리보다는 그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인간애가 중심축이다.

남북 군인들이 살벌한 현장에서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정겹고도 찡하다.

팽팽한 긴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는 절묘한 균형이 돋보인다.

비단 남북해빙무드가 아니더라도 분단의 비극을 바라보는 진지한 휴머니즘이 충분히 감동적이다.

주연을 맡은 이병헌 송강호 신하균 이영애의 호연도 작품을 매끄럽게 한다.

박찬욱 감독이 "쉬리"신화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거리.

<>시월애 =꿈결같은 사랑을 꿈꾸는 여성관객들을 겨냥했다.

마법의 우편함을 매개로 시공을 뛰어넘는 사랑이 펼쳐진다.

전지현 이정재가 2년의 세월을 사이에 둔 연인으로 등장한다.

1998년 어느날.바닷가에 자리잡은 오두막에 건축학도 성현이 이사를 온다.

새집에 "일 마레(바다)"라고 이름을 붙인 그는 무심코 열어본 우편함에서 카드한장을 발견한다.

발신인은 2000년도 일 마레에 살았다는 은주라는 여인.둘사이에 2년을 가로지르는 교감이 시작된다.

작품은 영상미에 대단한 공을 들였다.

파스텔톤의 화면위에 펼쳐지는 색감이 아름답다.

바닷가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오두막부터 소품들까지 철저히 미적 조화를 고려했다.

수려한 풍광속에 담아낸 장면들이 예쁜 엽서처럼 펼쳐진다.

그바람에 정작 눈물샘을 자극해야할 "멜로"는 빼어난 영상속에 살포시 묻혀버렸다.

"그대안의 블루""네온속으로 노을지다"의 이현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Me, Myself & Irene)"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이른바 "화장실 유머"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패럴리 형제가 짐 캐리와 손을 잡았다.

대변,체액,항문섹스...어김없이 지저분한 것들을 총동원해 찝찝하면서도 배꼽을 잡게 하는 유머를 쉴새없이 터뜨려댄다.

주인공은 시골 경찰관 찰리(짐 캐리).착하디 착한 그는 사랑하는 부인이 바람을 피워 흑인 세쌍둥이를 낳은후 결국 그를 버리기까지 화 한번 내지 못한다.

동네사람들도 찰리의 온순함을 이용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날.찰리가 내면에 눌러뒀던 분노의 결집체 "행크"가 깨어난다.

순둥이 찰리는 수시로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며 행패를 일삼는 행크로 돌변한다.

그런 찰리에게 정부 고위인사까지 연루된 범죄를 증언할 아이린(르네 젤위거)을 호송하는 임무가 떨어진다.

얼굴표정만으로 완벽하게 다른 두사람을 창조하는 짐 캐리의 개인기는 혀를 내두를만 하다.

<>샤프트(Shaft) =지난 71년 고든 파크스 감독의 "샤프트"를 리메이크한것.부유층 백인 범죄자를 응징하는 흑인형사 샤프트의 활약이 통쾌하게 담긴다.

스피디한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화면이 원작보다 세련된 오락을 제공한다.

연기파 배우 사무엘 잭슨을 비롯.바네사 윌리엄스,버스터 라임즈,크리스천 베일의 연기호흡도 볼만하다.

감독은 존 싱글톤.이밖에 대학로 나다극장에서는 일본 호러만화의 대가 이토 준지의 원작을 영화화한 "소용돌이"와 "토미에 리플레이"가 상영중이다.

8월에 개봉했던 "죽거나 나쁘거나""미인"같은 우리 영화들도 꿋꿋이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