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태니카 백과사전(Encyclopedia Britannica)은 1768년 스코트랜드에서 처음으로 간행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2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 전집이다.

브리태니카사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었으며 권위있는 백과사전의 입지를 바탕으로 중산층이상의 가정에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구축해왔다.

지난 90년 브리태니카의 매출액은 6억5천만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지속적인 성장,적지 않은 마진,그리고 2백년에 이르는 전통은 모두 브리태니카라는 막강한 브랜드를 형성하는 구성 요소였다.

그러나 지난 98년 브리태니카의 매출액은 3억 달러에 그쳤다.

90년 2천3백여명에 달하던 판매망 조직도 급격하게 와해되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는 브리태니카사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제안을 거절한데서부터 시작된다.

MS사는 자사의 멀티미디어 CD롬에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수록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브리태니카사는 디지털시대의 도래라는 환경변화가 자사에 가져오는 기회와 위협을 모두 무시하는 "동굴의 이데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90년 이후 MS사의 엔카르타(Encarta)를 필두로 한 저가의 CD롬 백과사전은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브리태니카사도 CD롬 형태의 백과사전을 출시,반격을 시도했지만 기존 영업조직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그 결과 백과사전을 사면 사은품으로 CD롬을 주는 형태로 전환했으나 CD롬을 받기 위해 1천달러 이상의 백과사전을 사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결국 브리태니카는 스웨덴의 한 기업가에게 헐값에 팔리게 되었다.

새주인을 맞은 브리태니카사는 사업 공간을 웹으로 이전,전세계적으로 품질 높고 학구적인 자료의 포털사이트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경쟁사보다 품질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우세한 CD롬 브리태니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디지털 시대 도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몰렸던 브리태니카사는 아직까지 2백년 이상의 역사에 바탕을 둔 강력한 브랜드가 있으며,이를 자산으로 타 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브리태니카사의 사례는 새로운 기술이나 환경의 도래가 전통산업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에게 어떤 타격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확실히 마차 생산업자들이 자동차라는 신개념을 비웃었던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 사업 방식과 경쟁 우위가 어떻게 재정립되는지,그리고 가장 안정적인 산업이 새로운 기술앞에 어떻게 무릎을 꿇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성효 PwC수석컨설턴트 sunghyo.cho@kr.pwc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