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사회에서 정경유착의 경우를 제외하면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불편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고객을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고,정부는 고객의 또 다른 표현인 소비자 그리고 법을 보호해야 하니까 말이다.

기업과 정부 사이에 그리고 기업인과 정치인 사이에 다투는 예는 많다.

최근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및 분할에 관한 재판이 진행중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JP 모건이 대주주인 철도회사가 스탠더드 오일사의 석유를 독점적으로 수송했다고 모건의 철도회사에 엄청난 벌과금을 매겼다.

그 뒤 루즈벨트가 아프리카로 휴가 겸 사냥을 간다는 기사를 본 모건은 "아프리카에서 루즈벨트를 만나는 사자는 그 임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소리치며 신문을 집어 던졌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금융부문 노동부문 그리고 기업부문 등 4대 부문에 걸쳐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IMF 극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보통 때면 엄두도 못 낼 제도개혁도 실천했고,가시적 효과도 있었다.

특히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좋은 예다.

얼마전 현대의 계열사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전격적으로 오너들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곧 이어 정부는 창업자 후손대신 전문경영자가 경영하는 기업에게는 여신 등 특혜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은 꼭 전문경영자만이 경영해야 하는가.

애초 공기업을 제외하고 모든 기업은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이다.

일본의 온천지역에는 가족이 십수대에 걸쳐 여관이나 음식점 또는 토산품 가게를 자부심을 갖고 경영하고 있는 것을 본다.

명문대 출신의 젊은이가 출세길을 버리고 가업인 우동집을 이어받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기업 가문의 역사가 4~5대째쯤 되면 상속자 수도 많아지고,가문이 가진 주식의 비율도 5%는 커녕 1% 미만으로 떨어진다.

또 창업주 후손들 대부분은 기업경영에 소질이 없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처음부터 기업과 관련 맺지 않고 자기 갈길을 찾아 간다.

그렇게 되면 역사가 깊은 대기업은 전문경영자가 들어서기 마련이다.

이와 같이 기업은 성장하면서 사사로운 "가업"이 아니라 "사회적 재산"이 되어간다.

미국 대기업의 주식 50% 이상은 연금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역으로,벤처창업가가 엄청난 주가 차익을 챙기고 주식을 팔고서는 그 기업을 전문경영자에게 맡겼다 하자. 다시 말해 사람이 자산인 벤처기업에 창업자가 떠났다고 하자. 일반 주주로서 그것을 환영해야만 할 일인가.

예술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한다면,기업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을 "기업가"라 한다.

예술적 감각이 떨어진 예술가의 공연에 청중이 모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질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린 상태의 경영자를 시장과 투자자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는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 버릴 것이고,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그런 시장의 신호를 곧 알아채릴 것이다.

기업이 하는 일이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기업이 할 일을 지시하는 것은 그 반대의 유혹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정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두 사람의 독일인,휴고 슈티네스(Hugo Stinnes)와 알프레드 휴겐버크(Alfred Hugenberg)는 1920년대초,바이마르 공화국에 엄청난 해를 끼쳤고,궁극적으로 히틀러의 등장에 큰 책임이 있다.

둘 모두 정치적으로 실패했으며,결국 그들의 기업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파멸시켰다.

자본주의사회의 생산주체이자 주요한 제도인 기업에 관한 문제의 해결은 투자자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

어떤 기업에 투자 할 것인가 말 것인가,다시 말해 어떤 상장기업의 주식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하는 결정은 주주가 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에 대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은행의 책임이다.

정부는 기업의 투명성 보장,각종 제도의 도입 그리고 법의 공정한 집행을 통해 심판자의 역할만 하면 된다.

jklee48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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