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1차협상에 이어 9일 열린 정부와 금융산업노조의 2차협상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못함에 따라 은행파업이 현실로 다가 왔다.

노정간의 쟁점은 명백하다.

정부의 입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합병"이다.

이것은 세계은행과 IMF(국제통화기금)의 요구이기도 하다.

노조는 "합병으로 인한 감원을 막는 게" 목표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구조조정을 할 뿐,은행의 합병은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선 인원을 더 늘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노조도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설득력있는 대안제시가 아니라,정부가 받아 들일 수 없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노정 양쪽의 "진의"라면 사안의 해결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은 IMF직후 "제1차 구조조정"의 시너지 효과가 무엇이었는지 잘 모른다.

합병된 금융기관들은 몇 안되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부실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1백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수십조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형편이라고 한다.

구조조정은 "개혁"의 하나다.

그런데 고용조정문제 등 "계획대로 이루어진 게"거의 없다.

정부는 제1차 구조조정의 미비점 보완 대책과 제2차 구조조정의 당위성 및 전략을 포함한 마스터 플랜을 내놓지 않은 채 또다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지금 세계는 거대합병 바람 즉 "메가머저"가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지난 5월 독일은행과 드레스티나은행이 합병 합의 1개월만에 계획이 취소되고 말았다.

합병이 이루어졌다면 아마 세계 최대 은행이 됐을 것이다.

은행의 거대화만이 우리 금융계를 살리는 "절대적인 방법"일까.

은행 합병의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에 있다.

그러나 거대 은행이 돼야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보증은 없다.

물론 합병의 전략적 논리는 있다.

"규모에 의한 안정성"이다.

규모의 거대화로 신인도가 개선된다.

이에 의해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과 금리 운용에 유리한 입장이 된다.

여기에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래 필요시되는 세계적 규모를 생각하면 합병으로 인한 규모의 확대전략은 더욱 필요하다.

"은행은 어느 정도의 크기가 가장 적정한 것인지 결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과연 필요한 전략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미국 은행경영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거의 예대마진에만 의존해 온 우리나라 금융계의 수준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거대 합병은행이 또 부실화되었을 때의 충격은 비단 금융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대립을 풀기위해 노정 양쪽은 또 대화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 "정직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나와야 한다.

정부는 합병의 당위성을 설득하고,또 합병으로 인한 고용조정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노조는 고용조정의 무조건 반대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음을 인식,유리하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용조정은 2~3년 혹은 5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슈널트 사장 말을 양쪽이 참고한다면 현 상황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일선에 직접 나서기보다 은행의 경영자가 나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의 "우등생 타입"이나 "지시대기형 경영자"를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

그리곤 문자 그대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난 개혁위주의 경영자로 대체시킬 필요가 있다.

금융 노조쪽의 강력한 반발을 내심 반기고 있는 일부 은행경영자들이 있음을 보게 되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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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일본 간사이대 법학부 졸업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전 미국 아더핸더슨코리아 대표이사
<>전경련 고용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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