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최대 유가공업체이자 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키지루시(설인)가 사실은폐와 허위조작으로 잘못을 덮고 넘어가려다 끝내 존망의 기로에 몰렸다.

우유와 육가공품,아이스크림등에서 일본시장의 약 30%를 장악하고 있는 유키지루시는 오사카공장에서 생산된 저지방우유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바람에 지난달말 대형 식중독사고를 일으켰다.

사고초기 1천여명의 소비자들이 배탈,설사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지만 진상조사에 나선 회사측은 우유저장탱크의 파이프라인 밸브를 통해 포도상구균이 들어갔을뿐 이 라인은 평소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유키지루시는 워낙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이라 소비자와 언론도 처음에는 회사측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유키지루시의 해당제품은 물론 다른 제품들도 별탈없이 팔려나갔다.

언론도 사고를 속속들이 파헤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일부터 상황이 급반전됐다.

회사측의 엉성한 위생관리가 속속 드러나고 이틀에 한번정도만 돌렸다던 사고 생산라인은 거의 항상 가동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키지루시는 소비자와 상인들로부터 철퇴를 맞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정 배달우유의 30%가 떨어져 나갔고 대형 편의점업체인 훼미리마트는 유키지루시의 우유뿐 아니라 음료,디저트 제품까지도 진열대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회사측은 식중독피해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상최대 사고로 확대되자 오사카공장의 전제품에 대한 회수작업에 나섰으며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는등 진화작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우유하나에서 시작된 이번 사고의 후유증과 피해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증권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유키지루시가 최소한 20억엔의 손실을 입은데 이어 올해 영업전망도 극히 불투명해 창사후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당 5백50엔을 웃돌던 주가는 이번주 초반까지만 해도 안정세를 유지하더니 5일에는 4백75엔으로 곤두박질쳤다.

한때의 거짓말과 은폐로 수십년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릴 위기에 처한 유키지루시의 사례는 기업경영에서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 단어인가를 새삼 일깨워준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