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들면 제일 먼저 농업용수가 마르고 그 다음 공업용수가 말라 공장이 멈추며 마지막엔 식수가 마른다.

실제로 남부지방이 막바지 단계까지 갔다가 다행히 지난주 장마철을 맞았다.

그러나 걱정은 그치지 않는다.

빗줄기와 급류로 강바닥 오염물이 떠오르고 얌체 공해업체들이 강우를 틈타 폐기물을 방류해 풍요속 물 빈곤을 겪는 때가 바로 이 때이기 때문이다.

공업용수 수요가 큰 가운데 툭하면 가뭄으로 고생하는 울산의 경우 특히 그렇다.

정몽준 국회의원이 지난주 "낙동강물 정수로는 안 된다"며 식수전용 댐 건설을 울산시에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인력과 자금이 모두 부족한 지자체로선 역부족이다.

사업발주 과정에서의 뒷돈거래 가능성과 특혜의혹도 부담스럽다.

이런 처지의 지차체들이 한번 고려해 볼 파트너가 수에즈 리요네 데 조(Suez Lyonnaise des Eaux)다.

1백20여개국에 21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지난해 40조원 매출에 2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낸 싯가총액 42조원의 1백42년 된 프랑스 민간기업이다.

전기, 상하수도, 쓰레기처리, 통신, 케이블TV, 토목건설, 정수장비제조 등 사업을 영위하는 복합 유틸리티 회사다.

이중 상.하수도 사업은 매출액 10조원(한국의 10배)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하지만 회사이름(eaux는 물이란 뜻)이 표방하듯 이 회사는 물로서 세계 제일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2%다.

1990년대 중반 이래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한 세계 30대 대도시 가운데 20개가 수에즈를 사업자로 택했다.

마닐라, 자카르타, 뉴델리, 카사블랑카, 산티아고(칠레), 애틀랜타,부에노스아이레스, 바르셀로나, 시드니 등이다.

영국, 스위스,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 이탈리아, 모로코, 요르단,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볼리비아, 멕시코, 콜롬비아, 쿠바 국민들도 다수 수에즈 물을 마시고 있다.

모두 7천7백만 가구가 넘는다.

수에즈의 기원은 수에즈운하를 건설한 수에즈 카날사(1858년 설립)와 리옹시의 수도회사, 리요네 데 조사(1880년 설립)다.

1956년 수에즈운하가 이집트 정부에 의해 국영화되면서 수에즈 카날은 이름을 콤파냐(회사라는 뜻) 데 수에즈로 바꾸고 방크 인도수에즈 등 금융업으로 다각화했다.

1967년엔 리요네 데 조의 대주주가 됐다.

리요네 데 조는 1990년대 중반 너무 의욕적인 해외진출로 자금난에 빠져 도산 직전이었다.

콤파냐 데 수에즈도 방크 인도수에즈의 부동산 투자 손실로 휘청거렸다.

그러던중 1996년 당시 47세 나이로 리요네 데 조의 경영을 맡은 제라드 메스트랄레 사장이 콤파냐 데 수에즈사와 1997년 합병을 성사시켜 수에즈 리요네 데 조를 탄생시켰다.

수에즈의 성공비결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례를 보면 된다.

1993년 이곳 국영수도사업을 인계 받은 수에즈는 수도요금을 즉각 27% 인하하고 연평균 1천2백억원 어치씩 설비투자를 하면서도 지난해 7백50억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노후 수도관을 새것으로 교체해 누수를 근절하고 수도 파이프의 총 연장 거리를 최소화해 최저 비용으로 최대 고객을 끌어들이는 배관노선을 도출해 낸 덕분이었다.

주먹구구식이던 요금징수 업무에 정량제를 도입했고 요금을 인하해 가입자를 대폭 늘렸다.

요금 징수율도 종래 80%에서 98%로 높였다.

정밀 견고 시공으로 무슨 공사든 두번 손대지 않는다.

수에즈에 수도를 맡긴 도시 시민들은 자국 정부가 운영하는 것보다 더 깨끗하고 저렴한 수돗물을 만끽하고 있다.

또 건실 시공과 투명경영에 만족하고 있다.

울산시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