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방문 이틀째인 14일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공식면담 및 2차 단독회담을 잇달아 갖고 남북 현안을 본격 논의했다.

오전 오후로 회담이 이어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전날의 1차회담이 서로 낯을 익히는 정도였던데 비해 이날 회담은 현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산적한 현안에 대한 실질적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기본합의서 이행문제를 논의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기본합의서 이행단계로 다가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특별수행원들도 이날 오후 북측과 별도의 부문별 협의를 갖고 분야별 협력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지난 3월 베를린선언에서 밝힌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정착, 남북경협, 이산가족 상봉,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 등을 주요의제로 거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이 자리에서 사안이 시급하고 합의에 이르기 쉬운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와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간차원에서 추진돼온 남북경제협력 등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당국간 협력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문제가 집중 협의됐다.

북측은 통일논의에 비중을 뒀다.

북측은 외세의 간섭을 배제한 채 남북한의 자주적 노력에 의해 통일을 시급히 이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회담 첫머리에서 "어제 밤늦게까지 남쪽 TV를 봤는데 실향민들이 우는 모습을 봤다"고 말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지를 비쳤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열린 김 국방위원장과의 2차 단독회담에서 이같은 의견을 거듭 개진했으며 김 국방위원장도 북측 입장을 폭넓게 언급했다.

양측이 의제를 특정하지 않은 만큼 제한없이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핵.미사일문제 등 북측이 부담스러워하는 사항과 주한미군철수, 비전향장기수 송환 등 남측에 껄끄러운 문제들도 제한없이 거론됐다.

또 두 정상이 2차 단독회담을 갖는 동안 24명의 특별수행원들은 인민문화궁전에서 정당.사회단체, 경제, 여성분야로 나눠 북측과 분야별 회담도 가졌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남측은 남북경제협력 공동위를 조속히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이중과세방지, 투자보장협정 등 경협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남북국회회담 재개, 오사카 세계탁구선구권대회 단일팀 구성 등이 논의됐고 여성분야에선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여성분야 대표로 나서 남북여성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남북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남북현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기탄없이 개진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성과를 거뒀다.

또 현안에 대한 당국간 및 민간 차원의 협의를 병행함으로써 향후 당국간 대화채널의 가동이 기대된다.

아울러 경제, 체육, 여성, 정당. 시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협력 방안도 논의됨으로써 향후 다양한 채널의 남북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