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만 < 에스원 대표 secombai@samsung.co.kr >

불교에 "명색"이란 말이 있다.

용도인 명과 그 생긴 모양인 색을 일컫는 말로 명과 색이 결합했을 때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정을 이루었을 때,남자를 남편,여자를 아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이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했을 때 진정한 남편과 아내가 된다.

즉,남녀가 가정을 이룬 모습이 색이며,그들의 역할이"남편"과 "아내"라는 명이다.

그렇다면,잘 사는 삶,좋은 삶은 어떤 삶일까?

아내로서 좋은 삶은 남편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선생으로서 좋은 삶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즉 쓰임새가 있다는 것은 내 존재가치가 높다는 뜻이며,그것이 바로 인생을 잘 사는 길이다.

그리고 필요한 존재는 상대방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 한 가지만 열심히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자신의 업무는 물론이고 다른 부서의 업무 협조에도 적극적이며,나아가 동호회나 다른 활동 등을 통해 사회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직장인은 사회에서 한 가지 용도로 쓰이는 데 만족하는 사람이며,그의 존재가치는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후자의 직장인은 여러 용도로 쓰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며, 존재가치가 매우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존재가치가 높은 사람이 많은 회사일수록 회사의 존재가치도 빛나기 마련이다.

존재가치가 높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다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존재"의 진리는 리더가 조직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조직의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기만 하고 조직원들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조직원은 자신의 리더로부터 떠날 것이다.

또 리더가 모든 일을 혼자서만 독점해 조직원들이 직장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도 결국 조직원으로부터 소외받게 마련이다.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라면 그 조직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그만큼 존재가치가 높고,세상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만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것이 곧 자기실현의 길이며,동시에 우리 사회를 보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