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내 큰 아이가 훗날 운전면허를 따서 엄마 차를 끌고 나갈 날을 그려본다.

그애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도서관에 가겠다고 하고는 신나게 차를 몰아 샌터크루즈 해변으로 향한다면,그 작은 범죄는 곧 사업차 중국에 가 있는 나에게 핸드폰을 통해 들통이 날 것이다.

차에 장착된 센서가 시속 70마일(1백12km)을 넘는 순간 내가 세계 어느곳에 있든지 핸드폰으로 그 사실을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큰애는 "감시자"라고 탓할지 모르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인터넷시대는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축복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팔에 구멍을 뚫어 액세서리를 끼우거나(피어싱),신장을 매매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고 걱정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인터넷과 무선통신기기의 등장은 부모와 자녀들이 보다 정기적이고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직접 마주앉아 보내는 시간은 여전히 중요하지만,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직장에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인터넷의 가장 큰 혜택은 부모들이 보다 넓고 경이로운 세상을 아이들 손에 쥐어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자녀교육에서 차지하는 부모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직장에서 아이들의 작문숙제를 봐주거나 시험성적을 확인할 수도 있고,자녀들의 귀가시간이 늦을 때 확인전화를 하기도 편해졌다.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선생님과 연락을 취해 자녀들이 학교에서 매일 무엇을 배우고 어떤 숙제를 받아오는지도 체크할 수 있다.

가정에서 셋톱박스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이들이 제리 스프링어쇼(최근 선정성이 문제된 미국 토크쇼)를 보며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장치를 사용해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현대 부모들은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직관이 부족하다.

그러나 기술은 부족한 직관을 대신해준다.

앞서 얘기한 기술과 응용기계들은 이미 전시장에 나와 있거나 개발되는 중이어서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터넷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 부모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람들은 내가 큰 컴퓨터 네트워크 회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마치 여름캠프라도 열어 대단한 조언을 해줄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해답은 간단하다.

적당한 수준의 감시와 보호하에 아이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지도해주면 된다.

나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비싼 컴퓨터를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곧 전기와 전화를 대체하게 된다.

전기 전화가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쉽게 변해온 것처럼,컴퓨터도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쯤이면 PC보다 싸고 단순한 장치들이 개발돼 PC로 보고서를 쓰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옆집에 가기 위해 열기구를 띄우는 일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다.

인터넷시대에 자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정보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료를 찾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부모들이 제대로 지도해준다면 아이들은 인터넷의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거꾸로 우리에게 인터넷을 어떻게 1백% 활용할수 있는지를 조언해줄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 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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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선마이크로 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회장이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