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6월 국회 상정을 목표로 금융지주회사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제2차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력이나 영업규모가 국제적인 금융기관에 비해 매우 작고 취약한 만큼 지주회사를 만들어 합병 제휴 등 대형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또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있는 은행을 키워내겠다는 것이 이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설명이다.

재경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법안 작성을 끝내고 6월 초순까지는 국무회의 재가를 받는다는 빠듯한 일정으로 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놓고 보자면 금융지주회사법은 출발부터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우선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기 보다는 일부은행에 대한 "정부 출자주식의 뒤처리"라는 제한적 목적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정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은행주식 관리회사"라는 또 하나의 상부조직을 만들어 내는 외에는 은행경영 구조 개선에 별달리 기여할 것 같지도 않은 지주회사법이라면 이런 법을 만들어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주회사의 1인 소유지분을 은행법과 동일하게 4%로 제한하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라는 낡은 구분법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 것들이 그런 대목이라 하겠고 지주회사법이 새로 규정할 금융전업가에 대해서조차 은행법의 "25% 지분 제한"을 그대로 옮겨놓게 된다면 금융산업에서의 반시장적 소유구조와 경영행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 어렵지 않다 하겠다.

당면 현안만 하더라도 서울 한빛 조흥은행에 대한 정부 출자지분을 지주회사 형태로 통합해놓을 경우 이들 은행의 진정한 구조개편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된다.

몸집이 커진 만큼 민영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국영 은행적 성격은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지주회사를 통한 외형적 통합을 달성한다고 해서 금융산업의 구조개혁이 달성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 또한 그동안의 금융개혁을 보아왔던 우리의 경험이라면 경험이다.

"시장이 구조조정을 해줄 것"이라는 선문답만 되풀이 해오던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라는 새로운 제도를 매개로 제 2차 금융구조조정을 공론화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의 자세전환이라 하겠지만 "소유구조 개혁"이라는 본질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시장 원리와도 다르고 실효성도 없다는 점을 당국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