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100% 막을 수 있는가.

물론 답은 "노"다.

역사이래 경찰이 사라지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쩌면 도둑을 현실로 인정하고 도둑과 이웃하고 살수밖에 없다고 마음먹는
것이 더 편할 지 모른다.

시각을 이렇게 바꾸면, 최근 CNN 야후 e베이 e트레이드 등을 공략한
해커들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미국 "사이버 성" 공략에서 해커들은 손가락 하나로 부릴 수 있는
수백만 "장난감 병정"(toy soldiers)들을 동원했다.

물론 없어진 물건은 없다.

그러나 도둑은 성안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 지 자세히 살펴보고 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침입자가 언제 또 돌아올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CIA 그리고 국방부 등 외부노출에 민감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굴리는 은행 증권 보험회사들의 등골엔 식은땀이
흐른다.

침입자가 누군지 아는 경우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과정에서 스스로의 내부실상을 알려주는 결과가 되거나, 위기의식을
느낀 주요고객이 구좌를 폐쇄하고 떠나는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현상이 그것이다.

사이버에는 국경도 없다.

그러니 국가단위의 사이버경찰(cyber police)은 의미가 없다.

지구촌 레벨의 공조조직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사이버 비지니스(eTrade)"가
이미 상당수준 이른 상태에서 그런 시스템이 작동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있는 돈 모두 쏟아 부어 100미터 높이와 10미터 두께의 담을 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투자의 ABC도 모르는 미련한 짓일 뿐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실 사회뿐 아니라 사이버세계에도 "괴도 루팡"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아무리 새로운 방식의 도둑방지책도 몇 일만 지나면 낡은 수단이
된다.

담이 높으면 밧줄을 타고 들어갈 수도, 땅굴을 팔 수도 있다.

전자보안에서 흔히 쓰이는 방화벽(firewall), 꿀단지(honey pot), 침입자
조기경보시스템, 암호(password), 코드화(encryption) 등 별의별 사이버
보안수단도 결국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침입하는 도둑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결론은 간단해진다.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도둑퇴치법," 즉 "도둑경제학"의
추구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 사이버 도둑과의 전쟁은 "나도 언젠가는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얼마까지 열어 놓느냐는 "허용치(tolerance level)" 문제로 귀착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전자보안(eSecurity) 분야만큼 성장성이 크고 넓은
시장도 드물다.

도둑있는 곳에 경찰이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 했어도 도둑의 공격을 받았다면, 운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수수방관하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람은 보험회사를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한 보험상품 역시 흔치 않다.

상품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그 보험료가 만만치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eSecurity에 대한 의식과 관심없이 국가와 기업을
꾸려가기는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세계도처의 테러집단, 특히 우리처럼 북한이라는 적성 이웃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eSecurity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e메일을 여는 순간, 시스템을 파괴해 버릴 수 있는 "e폭탄
(e-bomb)"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디든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

사이버 도둑들보다 한 수위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도둑근성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이들 "잠재해커"까지 계산하면 사이버세계는 "도둑들의 천지(world of
barbarians at the gate)"라는 게 미국에서 eSecurity로 각광받고 있는
이수동 STG 사장의 설명이다.

사이버 도둑들과의 전쟁은 하루로 끝날 전쟁이 아니다.

이는 바둑이나 장기처럼 장군멍군을 계속해야 하는 고비용전쟁일 수밖에
없다.

도둑경제학은 그래서 흥미를 끈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