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범신(54.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씨의 홈페이지
(http://wacho.sarang.net)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공감대가
느껴지는 따스한 공간이다.

지난 99년 10월 10일 문을 연 이후 모두 1만여명이 다녀갔다.

게시판(사랑방)에 하루 평균 5~10건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하게 이용
된다.

와초란 대표작 "풀잎처럼 눕다"(1980년 출간) 이후 만들어진 박씨의 별명.

박범신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해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컴맹에
가까웠던 사람이 홈페이지를 만들자니 대단히 쑥스럽더라"면서도 "제자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어서 각별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는 박범신씨의 제자 등 문학도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특히 명지대 대학원 국문과에 재학중인 김준홍씨는 홈페이지 구성부터 자료
수집까지 큰 윤곽을 잡고 세부 업무까지 도맡았다.

지금은 제자뿐 아니라 얼굴도 몰랐던 독자들까지 포함된 40~50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홈페이지 관리와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동호회원들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 박씨의 시골집에 모여 밤새 문학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 회원은 앞으로도 정기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홈페이지는 <>침묵의 집 <>책꽂이 <>와초생각 <>사랑방 <>DJ와초 <>발자취
<>무한궤도 등으로 꾸며져 있다.

침묵의 집은 그의 최근작 "침묵의 집"에 대한 소개 코너.

아프리카 영국 터키 시베리아 바이칼호로 이어지는 작품 배경을 지도로
표시하고 해당 지점을 클릭하면 그곳 사진과 스토리를 함께 소개한다.

책꽂이에는 그의 작품 목록, 쉰살의 연애 코너에는 그의 시 작품들이 모여
있다.

DJ와초에는 박범신씨가 DJ를 맡은 KBS 1라디오 프로그램(월~금요일 오후
2시20분~4시) "라디오로 여는 세상"이 소개돼 있다.

리얼오디오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 직접 방송을 들을 수도 있다.

무한궤도에서는 "풀잎처럼 눕다" "미지의 흰색" "물의 나라"(영화) "겨울강
하늬바람"(연극) 등 영상물로 만들어진 박범신씨의 작품이 소개돼 있다.

박씨는 "나 자신도 갖고 있지 않은 영화 포스터와 연극 카탈로그들을 제자들
이 모아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와초생각은 박범신씨가 매일 한가지씩 생각을 정리해 적어 올리는 글.

단상부터 제법 긴 글까지 다양한 문장이 들어 있다.

홈페이지에서 가장 클릭 수가 많은 코너다.

박범신씨는 아직까지도 작품을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쓴다.

"원고지가 주는 매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

하지만 홈페이지를 만든 뒤로는 컴퓨터 이용이 부쩍 늘었다.

와초생각의 글은 모두 직접 워드 작업을 통해 올린다.

지난 2월 13일 오후 5시에는 채팅방을 열어 독자와 대화시간도 가졌다.

박범신씨의 홈페이지는 올봄 크게 개편될 예정이다.

방향은 "종합 문학 매거진".

"신인 작가 작품 등 다양한 글을 올려 문학 사랑방으로 만들겠다"는게 그의
희망이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