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해외투자가 3년째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부채비율의 축소 등 치열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업에 쌓인 거품을 걷어내려는 건실한 노력의 결과라는 측면 외에 축소
지향적인 해외투자가 불러올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1천1백72건에
43억9천만달러로 외환위기 이전인 96년의 1천8백6건 62억9천만달러에 비해
각각 35.1% 30.2%가 줄었다.

연도별로도 97년 58억2천만달러, 98년 51억3천만달러로 감소율이 97년 7.4%,
98년 11.8%, 99년 14.5%로 계속 커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 해 대기업의 해외투자액 39억9천만달러의 대부분은 현지법인의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한 증액투자이고 신규 투자는 10%인 3억7천만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며, 건수도 87건으로 96년의 3백9건의 4분의 1로 줄었다.

반면 지난 해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투자는 1백55억4천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시장 잠식 폭이 커지는데 반해 우리의 해외 시장 기반은
위축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 해 외국인들의 직접투자와 우리의 해외투자와의 차액 1백11억
달러는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과 함께 환율안정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해외투자가 줄어들면 해외의 생산기지는 물론 국제 영업망의 위축을 불러와
국제경쟁력 및 경상수지 흑자기조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해외 사업의 구조조정이나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모두 우리에게 필요하다.

경쟁력이 없어 적자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다거나 비핵심 분야의 사업이라면
정리하거나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대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 사업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미래의 거점확보를 위한 해외투자를 외면하는 일은
옳다고 하기 어렵다.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재미를 보던 해외유전 사업을 매각했다가 국제유가
가 강세를 보이는 요즘 후회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가 급속하게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오늘날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려면 투자와 수출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비좁은 국내 시장만 바라보다가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국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강도를 강화함으로써 핵심사업에
대한 해외투자의 여력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정부도 기업에 단순한 부채비율 축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구조조정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