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자금 30조원을 잡아라''

지난 2일부터 대우채권 환매비율이 확대되면서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환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기존 상품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투신 증권 은행 등은 회사 전체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가두캠페인을 통해 신상품을 선전하는 회사도 있고 고객들과의 빈번한
접촉을 통해 각개격파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자금을 어떻게 굴리는 것이 좋을까.

워낙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유혹이 많다보니 오히려 고민이 늘어난다.

신상품의 특징과 장.단점을 점검해 본다.

<> 후순위담보채 펀드 =대우채 환매에 대비해 나온 새 상품이다.

우선 후순위담보채 펀드는 채권담보부증권(CBO)의 후순위채권에 25% 이상을
집중투자하는 상품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선순위채권이 아닌 후순위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기본적인 특징이다.

반면 채권 발행회사의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만 비켜간다면 고수익이라는
열매가 보장된다.

투신(운용)사는 이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투신사가 자체 자금을 이 펀드에 투입하기도 했고 정상 채권을 대거
편입시키기도 했다.

수익률 향상을 위해 공모주 우선배정권이라는 특혜도 주어져 있다.

거래소 상장공모주의 10%, 코스닥 등록공모주의 20%가 후순위담보채 펀드에
우선 배정된다.

이자소득세를 50% 감면해 세금부담도 적은 편이다.

이를 판매하고 있는 투신사와 증권사는 17~18%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지만
공모주를 잘만 운영하면 20% 이상의 고수익도 가능하다고 투신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엄브렐러 펀드 =엄브렐러 펀드는 별도의 환매 수수료 없이 주식형
채권형 MMF 등 여러가지 특성을 가진 펀드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자에게 많은 재량권이 부여된 상품이다.

증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면 기존의 어느 펀드보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통 하나의 엄브렐러 펀드는 7개 정도의 하위 펀드를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 MMF와 공사채형 펀드를 각각 한개씩 두고 있고 테마에 따라 구분된
주식형 펀드 5개를 통솔한다.

상황에 따라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무한정 "공짜로" 옮겨다닐 수는 없다.

연간 12회까지만 수수료 없이 전환이 가능하다.

전환 횟수가 그 이상을 넘어갈 때는 별도의 전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환매수수료가 없는 대신 펀드 구입시 일정비율의 판매수수료를 떼고 운용
을 시작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판매수수료는 가입금액의 1~2%, 전환수수료는 0.1~0.5% 수준이다.

가입금액별로 수수료를 차등적용하는 회사도 있으므로 가입 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 채권 특별판매 =대우채 환매고객을 재유치하기 위한 증권사의
아이디어다.

LG투자증권을 포함한 대형 증권사들은 한시적으로 국고채 공사채
우량회사채를 개인들에게 특별판매한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채권을 살 경우 금융기관보다 낮은 금리(높은 채권가격)
를 적용받았지만 특별판매 기간에는 금융기관과 똑같은 가격으로 채권을 살
수 있다.

평소보다는 0.2%포인트 정도 싼 값으로 채권을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판매채권은 국고채 한국전력채권(신용등급 AAA) 포철 삼성전자(이상 AA)의
초우량 채권이다.

국고채 수익률은 연 9.15%,삼성전자는 연 9.70% 수준으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웃돈다.

<> 은행권 상품 =은행권에는 낯이 익은 상품들이 많다.

정기예금과 단위형 금전신탁,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이
그것이다.

정기예금은 잘 알려져 있듯이 가입 당시의 금리를 만기때까지 보장하는
은행의 고전적인 상품.

예금자보호대상 상품이기도 하다.

은행권은 이같은 정기예금에 몇가지 혜택을 부여해 특별판매하고 있다.

보너스금리나 부대서비스 등 어떤 특징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단위형 금전신탁은 투신사의 수익증권과 흡사하다.

다만 주식편입 비중을 최고 30%로 제한해 공격적인 운용을 기피하는
투자자를 겨냥한다.

초단기 상품으로는 MMDA가 있다.

입맛에 딱 맞는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면 잠시 자금을 묻어두기에 적당한
상품이다.

하루만 예금해도 시장금리 수준의 고금리를 보장하며 금액이 클수록 금리가
높다.

1억원 이상을 맡기면 연 5~6%도 가능하다.

물론 필요시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다.

< 안재석 기자 yag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