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출근길에서의 일이다.

갑자기 등뒤에서 "빠-ㅇ"하는 자동차 클랙슨소리가 났다.

움찔 놀라며 길옆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승용차를 발로 걷어 차고 싶도록 미웠다.

어떻게 생긴 사람이길래 몰상식한 운전행위를 하는 지 저절로 승용차를 째려
보게 된다.

인도와 차도가 구별돼 있는 도로야 이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 대형트럭이라든지 디젤엔진 차량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없다.

왜냐면 등뒤에서 오는 자동차의 기척을 금방 알 수 있어 얼른 비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골목길이 비교적 울퉁불퉁한 시멘트로 포장돼 있을 땐 별 문제가 없었다.

역시 자동차가 오는 기척을 알고 제때 비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면이 매끄러운 아스팔트길에선 등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미처 알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자동차가 바짝 다가서야 비로소 알고 비키게 된다.

또 휘발유를 쓰는 자동차의 경우 엔진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기
때문에 등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인식하기 쉽지 않다.

시멘트로 포장돼 있을 때는 덜컹덜컹한다든지 자동차 바퀴 소리가 나 바로
비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승용차들은 엔진소음이 크게 줄었다.

게다가 길마저 아스팔트로 포장됐으니 등뒤에서 오는 자동차를 알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클랙슨은 구불구불한 굽이길 또는 사고의 위험성이 있을 때 등 정말 경고성
소리를 내야할 상황이 아니고선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자동차가 가니 빨리 길 비켜라"하는 식이어선 안된다.

승용차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다.

길을 걷고 있는 데 갑자기 등뒤에서 "빵-"하는 클랙슨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자동차가 오는 기척을 알고도 길을 막으며 비켜 나지 않는 보행자는 없다.

입장을 바꾸어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이해가 될 줄 안다.

또 알만큼 됐다 싶은데도 보행자가 여전히 모를 땐 클랙슨을 살짝 건드려
경적음이 가능한 한 작게 나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민이 되는 것은 이런 작은 일부터 제대로 실천할 때 이루어진다.

김성용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