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한국중공업(한중)에 발주했던 발전설비 가운데
일부를 한중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납기 안에 인도받기 어렵다고 보고 2천만
달러어치의 구매를 취소하는 한편 선급금의 반납 및 노조의 GE제품 반출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적조치를 요청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한없이
답답하고 암울하게 만든다.

취소분은 GE와 맺은 1억7천만달러의 계약 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나머지
물량은 물론 지금 협의 중인 15억달러의 발전설비 장기계약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큰데다 한중이 국내 다른 기업들과의 납기 역시 지키지 못하고
있어 한국의 국제신인도까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10일 이후 오늘까지 45일째 계속되는 파업으로 한중만 약 1천9백억원
의 매출손실 및 기대이익 등에서 4백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한중으로부터
엔진과 다른 기자재 등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대우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해외로부터 수주한 선박의 인도기일을 지키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당진 화력발전소의 기자재, 중국에서 수주한
발전설비의 납기 역시 늦어지고 있다.

국내 일이야 우리끼리 해결한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한번 떨어진 신용을
다시 끌어올릴 일이 아득하기만 하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초래한 이번 파업이 한중의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출발한,불법이라는 사실이 또한 놀랍다.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이기
때문이다.

한달 반씩이나 불법을 방치하는 정부는 직무유기가 아닌지도 묻고 싶다.

한중의 발전설비 부문과 선박엔진 부문을 민간기업의 그것과 엮어 재편하는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노조가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불법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불법파업으로 근로자도 경영손실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으니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흡사 홧김에 부모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집에 불을 지르는 못된 자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밝혔듯이 노사갈등은 기업의 경쟁력을 우선 생각하고
합법적 평화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

한중의 이번 파업은 이런 원칙에 한결같이 어긋나는 것은 물론 타사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까지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불법 파업인가.

한중 노조는 이런 명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불법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불법을 다스려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정부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