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인류가 발명한 문명의 최대이기인 반면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살상도구다.

현대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던컨이 타고 가던 스포츠카 바퀴에 숄이
말려들어 숨진 것은 유명하거니와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근래 미국에선 "미저리"로 유명한 공포소설가 스티븐 킹이 밴에 치어 중상을
입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899년 5월 막 운행을 시작한 전차에 다섯살짜리가 치여
사망한 이후 1백년동안 무수한 인명이 교통사고로 몸져 눕거나 세상을
떠났다.

첫사고 당시엔 고종의 책임자 엄벌조치에 따라 전차운행이 5개월간 중단되고
한성판윤이 사임했지만 오늘날 교통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자들에게
국한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교통사고 피해액은 연간 약 5백40조원,
국내의 손실은 연 11조원에 달한다.

IMF체제로 자동차 운행이 적었던 탓이었을까, 지난해 모처럼 교통사고
사망률이 감소하는가 했더니 올해엔 사고와 사상자수 모두 사상최대가
되리라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엔 다시 교통사고율 세계1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손해보험
협회의 분석결과는 기가 막힌다.

대형화물차의 1차선 주행 허용, 속도제한 완화,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단속경찰관 감소 등이 원인이라지만 어디 꼭 그때문만이겠는가.

그보다는 2천만명에 넘는 면허소지자의 상당수가 낙제점에 가까운 질서의식
을 지닌게 더 큰 문제다.

한밤중이나 새벽엔 물론 대낮 신호위반도 예사고 체증도로에서 중앙선이나
갓길을 이용해 끼어드는 일도 다반사다.

규정속도로 달리는데도 닿을듯 바짝 붙이거나 비키라고 전조등을 번쩍이고
괜스레 차선을 자주 바꿔 주위차량을 불안하게 하는 과시운전도 흔하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의 사고유형이 안전운전 불이행, 중앙선침범, 과속
순이라는 데서 드러나듯 질서 무시와 난폭운전이야말로 교통사고의 가장 첫째
요인이다.

교통사고는 자칫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 전체를 망가뜨린다.

올해처럼 사고가 늘면 멕시코에 이어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부끄러운 OECD
가입국이 된다.

외국인들의 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곁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위해 제발
교통질서좀 지키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