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중심 교육서 장인 나온다 ]

에이스침대는 이탈리아 기술자 8명을 초청해 가구기술을 전수받은 적이
있다.

이들을 도장 목가공 등 분야별 반장으로 임명했다.

이탈리아는 가구왕국.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장인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한국인에게
가르쳤다.

공장장으로 왔던 구에르니에게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질문하자 대답은 뜻밖에도 "아이들이 버릇 없이 크는 것"이었다.

지구 반대쪽에서 온 사람이 한국인과 너무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데 놀랐다.

이탈리아는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하다.

나라의 생김새가 닮았다.

노래를 즐기는 것과 성격이 급한 것도 흡사하다.

손재주가 뛰어난 점도 마찬가지.

이렇다 할 자원없이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구조마저 빼닮았다

다른 점도 있다.

한국은 세계 정상을 달리는 분야가 별로 없지만 이탈리아는 많다는 점이다.

가구 섬유 패션 가죽 유리세공 목공기계 디자인 등 수두룩하다.

가구를 보자.

이탈리아나 한국이나 종사업체와 인원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원목을 수입해 가공하는 산업구조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연간 1백억달러를 수출하고 한국은 2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패션산업도 마찬가지.

한국에도 의류업체들이 많이 있지만 이탈리아와는 천양지차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원래부터 세계 정상의 패션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불과 30년전까지만 해도 영국 프랑스 등의 하청생산기지였다.

이제 한국은 이탈리아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왜 비슷한 손재주, 유사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탈리아는 선진국이고
한국은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가.

미국 일본에만 해답이 있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장인정신 전문화 분업화 협업화 그리고 철저하게
현장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교육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