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데렐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

일확천금과 급속한 신분상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꿈이다.

마이더스 황제 이야기며 흥부전 신데렐라 등이 이런 꿈의 대리만족형 작품들
이다.

여기선 아주 흔한 물건이 값진 것으로 변한다.

빵이 금으로, 대박이 보물단지로, 호박이 호화마차로 변한다.

중세에 유행했던 연금술도 흔한 것을 귀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흔한 정도를 넘어 누구도 갖기를 거부하는 쓰레기에서 실제로
노다지를 캔 기업이 있다.

미국의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가 바로 그 회사다.

지난 68년 플로리다에서 쓰레기 수거원으로 일하던 웨인 후이젱가와 보험
세일즈맨이었던 딘 번트록이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 30년간 그야말로
숨가쁘게 성장했다.

96년엔 포춘지 선정 4백40대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이탈리아 독일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 세계 18개국에 걸친 제국이다.

다만 해가 뜨지 않는(주로 밤과 새벽에 일하니까) 제국이다.

3백13개 쓰레기 매립장, 6백50개 쓰레기 수거지국, 3백25개 집하장, 1백50개
재활용센터, 16개 열병합 발전소, 수만대 차량과 1백50만개 쓰레기운반
컨테이너 등 1백60억달러 어치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연간 1백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자의 한 사람인 웨인 후이젱가가 회사를 떠난 84년 매출액은 13억달러,
주가는 3.41달러였다.

이것이 작년말엔 각각 1백20억달러, 56달러가 됐다.

14년동안 매출은 9배 이상, 주가는 1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17%, 주가수익률이 22%가 넘었다는 계산이다.

월가의 신데렐라가 된 것은 물론이다.

90년대초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지금의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견
됐다.

조지 소로스도 거액을 투자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광고와 IR(주식투자자에 대한 홍보활동)도 참으로
멋들어졌다.

80년대 젊은이들은 이 회사 광고를 보며 환경보호라는 숭고한 사명을
추구할 때 돈은 저절로 따른다고 믿었다.

사업활동의 대부분은 쓰레기 수거와 매립장 관리였다.

허나 광고에 비친 이미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흉측한 폐기물도
첨단과학기술로서 모두 깨끗하게 처리해 내고 유용한 것으로 되살릴 수 있는
현대판 연금술사였다.

세련미와 자신감 넘치는 이 회사 대표들은 언제나 호기있는 고도성장 약속
으로 월가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올 하반기들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자정을 넘긴 신데렐라로
전락했다.

리무진은 호박으로, 말은 생쥐로 돌아갔다.

지난 7월 반토막 나 30달러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지금 아예 10달러대를
헤매고 있다.

새로 영입된 회장마다 사업 실체를 파악하고는 질겁하고 내빼는지라 최근
3년간 회장이 8번이나 바뀌었다.

한때 1백35억달러를 호가하던 회사가치는 70%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중소 쓰레기 처리업체들을 매년 1백여개씩 인수하며 이어 왔던 고도성장이
한계에 달하자 92년 이후 장부 조작으로 거짓 성장을 해오다 97년 10월과
올해 7월 들통이 난 것이다.

기술력을 요하는 산업폐기물처리와 자원재활용 사업은 모두 만성 적자
사업으로 판명났다.

근면함과 규모의 경제를 두바퀴 삼아 쓰레기장에 황금의 전당을 지은 장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월가 파티에 너무 황홀해 하다 30년 공든탑 붕괴를 망연자실
바라보게 됐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