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IMF2년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해 볼만한 행사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 여러가지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행사가 즉흥적 발상으로 급조된데다 후원을 맡은 정부가 겉모습에만 집착해
"석학"이나 저명인사 초청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행사는 지난 10월초 급작스레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모 수석비서관이 급작스레 아이디어를 내 KDI에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 관계자는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려면 통상 6개월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워낙 급조된 세미나여서 알맹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KDI측에 "석학을 많이 불러와야 된다"고 주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석학 콤플렉스", "지식 사대주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외국의 석학들이 한국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의 초청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캉드쉬 총재는 당초 포럼이 열리는 기간중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
무역기구(WTO)회의에 참석일정이 잡혀 있어 이번 포럼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행사후원자인 재경부가 직접 뛰어 초청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두고 행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뇌물 스캔들로 이미지가 실추된 캉드쉬
총재를 무리하게 초청할 필요가 있었느냐"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캉드쉬 총재가 초청에 응한 것도 IMF의 지원을 받아 급속히 경제회복을
이룬 한국을 홍보함으로써 덩달아 자신의 이미지도 제고하려는 의도라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아니라 식자층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꼬집은 캉드쉬 총재의
"비인도적 발언"을 상기시키며 그의 IMF포럼 참석에 이의를 제기한다.

캉드쉬 총재는 얼마전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원금이 체첸에서의 전쟁자금으로 전용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만약 러시아의
예산이 군사적 지출로 왜곡되고 있다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워싱턴 포스트지는 "캉드쉬는 체첸에서의 인도적 위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 김병일 경제부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