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생산효율과 우수한 디자인능력을 바탕으로 2백50억달러 규모의
마이크로프로세서산업을 석권하고 있는 인텔(Intel)은 PC 칩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수익도 지난 20여년간 해마다 약 30% 가까이 늘려왔다.

85년 이후 주식값이 무려 63배나 오른 이 회사는 99년에 약 3백억달러의
매출과 80억달러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매출의 80%와 이익의 1백%를 PC의 칩에서 얻고 있는 인텔은 이제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그것은 97년에 전체PC 판매대수의 30%에 불과했던 1천달러 미만의 PC시장이
98년에는 전체판매대수의 60%를 넘으면서 고급 PC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급 PC의 칩시장은 인텔의 텃밭이므로 이것은 이 회사로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98년 5월에 인텔의 회장으로 임명된 크렉 배럿씨는 이러한 도전을 맞아
우선 경쟁사인 AMD(Advanced Micro Devices)와 사이릭스(Cyrix)에 대항하기
위해 저급 펜티엄 칩의 값을 대폭 내렸으며, 비교적 싼 셀러론(Celeron)
이라는 새로운 칩을 내놓았다.

이렇게 하여 인텔은 초기에 잃었던 시장을 어느 정도 다시 되찾는데
성공한다.

배럿 회장은 PC 칩사업이 앞으로는 더 이상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인터넷에 눈을 돌리고 있다.

즉 인텔은 인터넷을 다룰 수 있는 서버(server)나 네트워킹 기구
(networking devices)같은 고성능 컴퓨터의 칩을 공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PC시장의 성장률은 15%인데 반하여 서버시장은 해마다 약 35%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몇 가지 위험이 따른다.

먼저 인텔이 서버의 칩시장에서 부딪칠 경쟁사들은 IBM 휴렛팩커드 델(Dell)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 등이며 네트워킹 칩시장에서는
모토로라(Motorola) 및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와 겨루게
된다.

하나같이 막강한 이들 경쟁사가 인텔에 시장을 고이 내줄리 없다.

서버 칩시장에서의 경쟁사들에 대항하여 인텔은 현재까지 펜티엄III
프로세서와 펜티엄 지온 프로세서(Xeon processor)를 내놓았으며, 2000년
후반에는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이타니엄(Itanium)을 시판할 예정이다.

또 네트워킹 기구에 들어가는 칩을 설계하고 생산한다는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텔은 지난 2년간 약 80억달러를 들여 스트롱암(StrongARM)이나
레블원(Level One)을 포함한 여덟 개의 회사들을 사들이거나 그곳에
투자하였다.

인텔의 칩은 이미 시스코(Cisco)와 루슨트(Lucent) 그리고 노르텔(Nortel)
같은 주요 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이 쓰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단순히 칩을 파는 것 이상의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즉 99년 5월 인텔이 발표한 인터넷교환체계(Internet Exchange Architecture
, IEA)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 회사는 PC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네트워킹
에서도 인텔의 제품을 바탕으로 한 호환 가능한 표준을 설정하려고 한다.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현재 인텔이 팔고 있는 것이 IXP1200 네트워크
프로세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텔이 PC에서처럼 네트워킹에서도 거인이 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인텔이 네트워킹의 표준을 설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인들이 가정에서 광대역(broadband)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는 날이
예상보다 늦게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도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서버나
네트워킹 기구에 대한 수요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텔의 야심찬 인터넷전략이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라 하겠다.

<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