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가 총체적 품질관리(TQM)의 시대, 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의 시대라고
한다면 2000년대는 리더십의 시대다.

정보와 지식의 홍수속에서 숨돌릴 겨를 없이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스피드의 시대에선 리더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전을 조정경기의 시대, 그후를
급류타기의 시대로 구분하곤 한다.

지금은 급류타기의 시대에 속해 있다.

조정경기는 8명의 선수가 맨앞의 리더가 외치는 구령에 맞춰 노만 잘 저으면
된다.

그러나 급류타기에서는 배에 탄 모든 사람이 상황에 맞게 알아서 대처해야할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구령도 들리지 않고 수시로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충성심에 기초한 일사불란한 조직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각자가 맡은 위치에서 상황에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한보의 정태수 씨가 "머슴이 뭘 압니까"라고 말했을 당시는 오히려 조직원들
이 수족처럼 움직여주는 일사분란한 조직운영의 시대였다.

이제 조직은 더이상 머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뉴밀레니엄시대의 좀 더 치열해지는 경영환경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리더가
돼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남보다 앞설 수 있다.

리더십은 경영자든 말단 직원이든 갖춰야 할 필수자산이다.

존경받는 리더인 GE의 잭 웰치 회장이 최근 포천지에서 "우리는 사람관리에
모든 정성을 쏟는다"고 털어놓은 것은 리더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포브스지는 또 GE나 인텔 등 성공하는 기업들은 감원을 통한 수익보다
사원 양성에 집중투자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세계적인 우량기업의 성공비결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며 기업의
성공은 오로지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조직의 자산인 리더를 키우기 위한 투자는 이처럼 중요하다.

그러면 리더십은 무엇인가.

통념상 리더십이란 남을 통솔하거나 조직적으로 다수를 이끌어가는 능력이며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리더라고 간주돼왔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남을 이끌기만 하면 리더로서 추앙받았다.

마태복음 15장 14절에 쓰여 있듯이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다"는 상황은
이렇게 벌어지곤 한다.

리더십의 역할에 대해서는 수많은 견해들이 있다.

"구루 가이드"의 저자인 조셉 보예트와 지미 보예트는 크게 세가지로
리더십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고 요약한다.

첫째는 리더가 전략가에서 비전제시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종래 경영자와 일반의 의식에는 슬로언에서 아이아코카에 이르기까지 유능한
전략가로서의 강하고 영웅적인 CEO상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고객"의 저자인 칼 알브레히트는 "오늘날 경영상의
위기는 가치의 위기"라고 설파하면서 자신의 직업과 미래에 대해 불안및
불확실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비전제시는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공방전이나 경쟁, 또는 이익의
배가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리더는 지휘자에서 이야기꾼으로 역할이 변하고 있다.

전략가들은 요구하고 명령을 내리는 반면 비전가들은 자극하고 부추긴다.

새로운 리더는 명령 내리기를 중단하고 최고의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95년 출간한 저서 "리딩 마인즈"에서
"리더십의 핵심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셋째는 시스템구축가에서 변화에이전트와 봉사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새로운 리더는 직원의 행위를 지시하거나 통제하는데 중심을 두기보다
그들의 자발성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후원하는데 초점을 둔다.

3M 회장이자 CEO인 리비오 드 시몬은 "리더의 새 역할은 창조와 파괴다.
관료주의와 냉소주의를 없애고 개인의 자발성을 지지해 발전의 장애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더는 부하들을 위해 일하며 극단적으로 리더는 그가 이끄는 사람들의
명령자나 통제자, 시스템 디자이너가 아닌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리더십 이론의 거장인 스티븐 코비는 이제부터 리더십은 먼저 자신부터
이끄는 셀프리더십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늘날 필요한 리더는 "성품과 역량"을 함께 갖춘 셀프리더십이 있는
리더이며 이러한 리더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뉴 밀레니엄시대를 이끌어간다고
강조한다.

자신에 대한 신뢰, 즉 성품과 역량의 균형을 구축함으로써 자신의 내면
에서부터 외부의 다양한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신뢰감을 형성한다.

신뢰가 축적될수록 확신을 가지고 조직내의 구성원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Empowerment).

이해당사자들의 각종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위해 조직의 시스템과 구조를
회사의 전략에 맞게 한방향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은 이런 개인들을 통해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리더라는 것이다.

미국등 세계 강국들은 현재 다양한 리더십 계발센터를 개설, 리더들을
키우는데 몰두하고 있다.

국내서도 LG 현대 등 각 그룹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등
리더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