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Fissler)는 1백50여년의 전통을 지닌 세계적인 주방용품 회사다.

1845년 칼 필립 휘슬러가 설립했다.

처음에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배관사업으로 시작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2천2백30억원(3억3천3백만마르크), 종업원은
9백여명.

세계 50여개국 고급 주방브랜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휘슬러코리아의 황의경 사장은 "한우물만 판 투철한 장인정신이 성공비결"
이라고 말했다.

휘슬러의 기술변천사가 세계 주방용품의 발달사가 된 것도 장인정신
덕분이다.

주방기기 제조공정에 증기엔진을 사용하고 알루미늄을 주방용품 재료로
채택하는 등 휘슬러가 선도한 기술은 한둘이 아니다.

손잡이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플라스틱 부품도 휘슬러가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타원형의 냄비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엔 "냄비=원형"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를 깨고 타원형 냄비를 내놓은 것이다.

요리중 잠깐 간을 보도록 냄비뚜껑을 세울 수 있게 한 손잡이 역시 휘슬러의
"작품"이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2백여개의 특허를 보유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투철한 장인정신은 이 회사의 시장지향적인 전략과 맞물려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신제품 선정을 위한 토론에서 제일 중요한 잣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
여부다.

의사결정에 마케팅팀 의견을 가장 중시하는 것도 그래서다.

고객중시 경영은 철저한 사후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단종된 품종의 부품까지 보유하면서 교체해주고 있는 것.

이 회사의 주방용품에는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정신이 깊게 배어 있다.

압력솥과 냄비 프라이팬 등 주력제품의 경우 독일 본사의 공장에서만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다.

특이한 건 직접 개발한 생산설비를 쓴다는 것.

연구원중 절반이상이 기계제작에 참여한다.

독자적인 생산설비 개발은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고품질 제품 생산으로 얻은 이익을 생산장비 개발에 투자하고 이 장비로
최고의 제품을 내놓는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하다가 지난해 휘슬러코리아를 설립, 직진출
했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