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 미국 재무장관 >

지난 20여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는 대단하다.

특히 지난 78년 덩샤오핑 등장 후 중국이 이룬 경제개혁 성과는 깜짝 놀랄
정도다.

당시 덩샤오핑은 2000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2배 또는 그 이상
으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지난 90년대 초반에 이 목표를 달성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11위의 교역대국으로 우뚝 서 있다.

이러한 성과는 수많은 인적자원의 활용, 외국 자본과 선진기술의 적극적인
유치 덕분에 가능했다.

중국은 이제 글로벌경제의 중요한 구성원이 됐다.

다른 나라들처럼 중국도 새천년을 앞두고 극복해야 할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 시장의 힘이 보다 자유롭게
시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고, 글로벌 경제에의 편입에 따른 과실을 기업과
개인에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국민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현대적인 시장경제에 적합한 무형의 인프라- 공정한 과세, 정책집행
과정에서의 높은 투명성 유지, 사유재산권 및 지적재산권의 보장, 정치권력으
로부터 독립된 사법부 보장, 극빈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등-를 구축
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를 위한 열린 시장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고와 발상의 전환도 있어야 한다.

대량생산을 기초로 한 20세기 사회에서는 효율적인 운송시스템이 국가성장에
핵심요소였다면 다가올 21세기는 생각과 사상의 자유로운 흐름이 경제적
성공의 필수요인이다.

최근 몇개월간 중국에서는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이 개방경제하의 치열한
경쟁체제에서도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 또 개혁정책으로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경제개혁의 득과 실에 대한 논쟁이었다.

중국 경제개혁을 이끌어온 지도자들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중 하나는 중국
경제가 성공적으로 글로벌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충분히 개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많은 지도자들은 중국이 세계시장경제로 나아가고 경쟁체제와 새로운
사고방식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경제개혁을 완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방중기간 주룽지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해 매우 의미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WTO가입에 대해 이해관계가 같을 수는 없지만 미국은
궁극적으로 열린 시장과 공정한 룰에 근거한 WTO가입이 중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WTO에 가입하면 중국은 경제개혁을 더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중국경제의 글로벌화와 개방속도가 한층 빨라질 게 분명하다.

이와함께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중국의 WTO가입을 통해 적잖은 부수 효과를 누릴수 있다.

우선 거대한 중국시장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접근이 용이해진다.

또 중국의 가입을 계기로 세계경제는 더 큰 활력을 가질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과 미국이 WTO가입과 관련해 만족할 만한 결론에 도달
한다면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에 "정상적인 무역관계"(NTR)지위를 주기위해
미 의회와 적극 협력할 것이다.

성공을 위한 경제적인 원칙들은 말로는 쉬워도 실제 현실에서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나 새로운 글로벌 경제가 그 어느때보다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환경속에서는 무엇보다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성공을 위한 동기유발책으로 경쟁의 미덕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결속과 단합을 위해 협동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나라가 글로벌 경제속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미 기업들의 대중 직접투자액은 모두 63억달러나 된다.

상호존중에 근거한 미국과 중국의 교역확대가 21세기 글로벌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다가올 새천년에 중국의 장래를 결정할 주체는 물론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의 WTO가입은 미.중 관계를 긴밀히 하고 상호 이익 및 혜택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 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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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5일 중국 방문중 "중국의
MIT"로 불리는 베이징의 칭후아대(청화대)에서 행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