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이 세계 최고수준인 제조업 강국입니다.
이 분야의 우위를 지속시키려면 개발과 생산을 비롯한 전부문의 정보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프랭크 러첸밀러 IBM 본사 부사장은 "디지털 기업이란 인터넷상에서
영업하는 몇몇 신생업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체 산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분야의 디지털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러첸밀러 부사장은 IBM에서 제조산업장치 분야의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맡고
있다.

최근 방한한 그는 기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인 "통합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를 제시하고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통합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란 제품과 각종 설비의 설계.제조.유지보수까지
전체 주기를 디지털 환경에서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선진권의 유수한 자동차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설계에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 정보를 부품업체나 다른 나라의
센터와도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사는 "TT"라는 쿠페형 자동차 설계를 위해
미국과 독일의 디자인팀을 공동 작업토록 했다.

독일 디자인팀이 하루종일 설계한 뒤 그때까지 작업한 내용을 미국 팀에
전달하면 미국 팀은 그 기반 위에 작업한다.

작업내용 등 정보는 모두 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는다.

이같은 공동작업을 통해 아우디는 자동차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밤까지 이어 하루 24시간 작업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양국의 유행 취향을 함께 담아 모두에게 호응받는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러첸밀러 부사장은 "신제품 개발이 3개월 늦어지면 시장 경쟁력의 70%를
잃는다"는 매킨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제품 개발기간 단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제조업체는 현재 컴퓨터를 설계에 활용하는 데서 협력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는 단계의 중간선상에 있다.

그는 "한국 제조업 분야의 디지털화는 IMF 한파와 빅딜 협상등 외적 제약
때문에 조금 늦춰졌지만 인터넷 활용수준 등 정보통신 기반이 뛰어나고
추진 의지도 높아 빠른 시일안에 세계 일류 수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첸밀러 부사장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인스브루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30년간 IBM에서 근무했고 96년부터 엔지니어링 솔루션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