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남성복 시장의 화두는 "자유"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페라가모, 구치 등 세계적인 남성복 명품
브랜드들은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과 소재 개발, 그리고 여성복
못지 않은 다양한 색상의 변화를 통해 패션의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1백% 순모에 말쑥하고 위엄있는 투버튼(two
button) 슈트 그리고 주름이 잘 잡힌 바지를 입어야 멋쟁이라고 불리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한다.

또 능력있는 비즈니스맨의 옷차림은 권위와 허세로 가득찬 딱딱한 슈트가
아니라 위트있고 개성적인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단추가 두개냐 세개냐,셔츠 깃이 넓은가 좁은가가
그해 유행의 전부였던 남성복이 이제 시시각각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는
최신 패션의 중심에 선 것이다.

랑방,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대표적인 신사복 브랜드들은 힘이 잔뜩 들어간
권위적인 비즈니스 슈트는 멀리 던져 버렸다.

신축성 있는 소재, 너무 헐렁하지도 꼭 끼지도 않는 바지, 편안한 어깨선,
안감을 없애 자연스러운 느낌의 재킷 등 한결 부드러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아르마니는 특수 어깨 패드의 채택과 바느질을 최소화한 기법으로 몸의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에르메스 남성복 또한 바이어스 커팅된 셔츠재킷과 바느질선이 없는
캐시미어 슈트를 내놓았다.

페레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재킷에 방한용 거위털을 얇게 덧입혀 색다른
이미지를 표현했다.

남성복 브랜드들은 소재나 디자인뿐 아니라 실루엣이나 컬러에서도 혁신적
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회색과 군청색 일변도에서 탈피, 매우 다채로워진 것이 추동 시즌 남성복의
특징이다.

푸르스름한 레몬색에서 아주 짙은 노랑까지 다양한 옐로의 배열, 선홍빛에서
벽돌색까지 레드의 조화, 밝은 회색과 산뜻한 블루 등 여성복에서나 등장
했던 다채로운 색상들이 남성복의 중심 컬러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영국식의 화려한 체크문양이나 열대 꽃무늬 프린트도 자주 눈에
띈다.

구치, 프라다, 페라가모 등 젊은 남성들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보다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70년대의 록가수 옷차림을 증권가 비즈니스맨 슈트로 활용하기도 하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얀 의사 가운을 가을에 입을 수 있는 트렌치코트로
제안하고 있다.

또 반듯하게 다림질하기는 커녕 일부러 구김을 넣은 소재로 옷을 만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고무로 방수처리해 플라스틱 느낌이 나는 재킷, 핸드폰 포켓이
달린 셔츠, 지퍼를 이용해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팬츠 등 기성
세대의 눈에는 다소 경박하게 비칠 정도로 신선한 아이디어가 매장에 가득
하다.

특히 프라다를 중심으로 선보인 "기능성(utility)"을 강조한 미래적인
디자인들은 여성복보다도 더 참신하고 기발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핸드폰 포켓은 기본이고 휴대용 노트북 케이스가 달려 있는 점퍼, 밑단을
탈부착이 가능한 벨크로(운동화 여밈에 쓰이는 접착심)로 처리해 다양한
길이로 입을 수 있도록 만든 3단 바지 등 도시남성들을 위한 과감한 시도들
이 눈을 자극한다.

이처럼 올 가을 남성복은 브랜드마다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편안한 실루엣
과 기능적인 디자인을 통해 몸과 영혼이 자유로워질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강조하라는 메시지
를 발산중이다.

이 옷들을 실제로 입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이제 곧
서울의 비즈니스맨도 패션의 변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패션도시의 남성들은 이미 새로운 스타일에
익숙해졌고 서울 또한 유행에 민감한 30대 남성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게 그들의 의견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 내몸에 맞는 멋쟁이 슈트 ]

1) 어깨의 폭은 적당한가

슈트의 착용감은 무엇보다 어깨선이 꼭 맞았을때 주는 편안함에서 비롯된다.

등의 자세는 곧 자신감의 표현이므로 반드시 뒷모습을 체크해 어깨와 등이
이루는 곡선이 매끈하게 떨어지는지 확인한다.

어깨폭이 잘 맞지 않으면 착용감이 불편하고 주름이 생긴다.

가로 방향의 주름은 옷이 어깨보다 작을 경우, 세로 방향은 그 반대의
경우에 생긴다.

2) 재킷의 품에 주먹이 들어가는지 확인하자

품이 작은 재킷은 라펠(재킷의 앞몸판이 깃과 하나로 이어 젖혀진 부분)
부분이 당겨져 V존이 보기 싫게 벌어진다.

반대로 너무 큰 경우에는 셔츠와 재킷 사이가 붕뜨는 상태가 된다.

주먹 하나를 상의 안쪽에 집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있는 사이즈가
적당하다.

3) 손목부분의 길이는

재킷의 알맞은 길이는 팔을 바르게 내려 놓은 상태에서 밑단이 손에 잡히는
정도.

소매길이는 소맷부리가 손가락 끝에 약간 잡히는 정도가 보기에 좋다.

재킷과 셔츠소매가 이루는 균형도 무척 중요하다.

손의 크기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보통 셔츠 커프스가 재킷 소매
밖으로 1~1.5cm 정도 나오는 상태를 최적으로 삼는다.

4) 손가락으로 허리의 여유분 측정

바지가 좀 커도 벨트로 조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

바지 둘레에 주름이 생겨 보기 흉하기 때문이다.

똑바로 서서 허리와 바지사이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5) 바지 길이는 밑단이 한번 접히는 정도로

바지 길이는 걸을때 양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단을 접은 바지는 구두 등을 살짝 덮는 정도, 단을 접지 않은 바지는
밑단이 한번 접힐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 도움말 = 제일모직 디자인실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