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DR 발행 연기는 은행들의 해외자본조달이 앞으로 상당기간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불안과 주가폭락, 해외시장 불안 등으로 국내 은행들은 당분간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하기가 힘들어졌다.

외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 했던 은행들의 계획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외환은행의 DR발행 연기는 일부에선 처음부터 예견되기도 했다.

주가가 액면가 수준으로 떨어지고 외국투자자들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져
가는 상황에서 DR를 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모험이었다.

한빛은행과 현대자동차의 경우 DR를 할인해서 발행할 만큼 주가가 높았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4일 종가가 5천2백60원이었다.

액면가 밑으로 주식을 발행하려면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은행 주가가 5천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11월중 10억달러의 DR발행계획을 세워놓았던 조흥은행의 주가도 6천원대에
머물러 있다.

한미은행은 1만4천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7천원대로 떨어져 DR 발행을 미뤄
놓았다.

주가가 1만원대를 넘는 은행들은 이미 자본확충을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주택은행은 네델란드 ING와 자본제휴를 성사시켰고 국민은행은 골드만삭스로
부터 5억달러를 유치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상반기에 4억달러의 DR를 발행했다.

외환은행 조흥은행 등은 올해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건실화할 계획
이었다.

외환은행은 올해 10억달러를 조달해 연말 BIS 자기자본비율을 12.8%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대우그룹 여신에 3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워크아웃 여신에는 20%이상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발생에 철저히 대비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올해 하반기중 1조1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DR 발행 실패로 이같은 대손충당금 적립이 어려울 전망이다.

조흥은행도 올해 1조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DR 발행을 취소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충분히 유지
하는게 어려워질 수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방은행들은 주가가 액면가 밑이어서 더욱 어려운 지경에 놓일 수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11월4일로 예정된 대구은행의 유상증자 청약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위는 올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적정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DR 발행이나 유상증자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를 가정한
전망이다.

자본조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무구조가 부실해지고 제2차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닥칠 가능성도 있다.

금융계에서는 부채가 60조원이 넘는 대우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다른 워크아웃 여신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따라 은행의 재무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미래상환능력으로 기업여신을 재분류하는 기준을 정부가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