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고 있다.

사실상 카르텔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됐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합의가 너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4.4분기에는 세계원유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과연 유가가
얼마까지 올라갈 지 예측을 불허한다.

OPEC회원국들은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분기별 총회를 갖고
감산이행을 또 다시 결의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감산동향=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OPEC회원국들의 감산합의
이행률이 지난 8월중 92%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7월의 이행률보다 3%가 높아진 것이다.

OPEC은 올초 하루 원유생산량을 총4백30만배럴씩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비OPEC국의 감산을 합치면 감산량은 하루 5백만배럴에 달한다.

92%란 감산이행률은 놀라운 수치다.

OPEC국가들은 과거에도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늘 감산을 결의했었다.

그러나 말뿐으로 실제 이행률이 낮아 효과가 크지 않았다.

때문에 "이미 카르텔이 아니다"란 지적까지 받았었다.

올해의 원유감산은 베네수엘라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더구나 비(비)OPEC회원국까지 감산에 동참,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는 8월부터 석유수출을 하루 30만배럴씩 줄이고 있다.

<>원유수급동향= 지난달 세계 원유생산량은 하루 평균 7천3백15만배럴
이었다.

앞으로 당분간은 총 산유량이 늘어나지 않게 된다.

OPEC 주도의 감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세계 원유수요량은 4.4분기중 7천6백90만배럴까지 급증할 것으로
IEA는 분석하고 있다.

수요증가는 계절적인 요인과 주요 산업국들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4.4분기는 북반구에 있는 대부분의 산업국들이 겨울문턱으로 접어들게
된다.

난방용 원유 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또 아시아 지역의 경기는 회복되고 북미지역 경제가 여전히 호황이다.

수요증가분의 대부분이 이들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IEA는 오는 2000년 세계 원유수요는 올해보다 하루 평균 1백80만배럴
(약 2.4%) 증가한 7천7백1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분석기관인 OWEM은 7천7백80만배럴까지도 예측한다.

<>원유재고량과 가격동향= OPEC가 감산정책을 누그러뜨릴 수있는 시점은
원하는 수준으로 세계 원유재고량이 줄어드는 때다.

그러나 재고량은 아직도 목표수준을 웃돌고 있다.

IEA는 감산이 계속된다고 봤을 때 3.4분기중 전세계 원유재고가 하루
1백62만배럴씩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초과 재고량은 2억1천2백만배럴로 줄어든다.

4.4분기에는 초과 재고량의 감소폭이 더욱 커진다.

전체적으로 2억5천만배럴의 재고가 줄어 결과적으로 적정 재고량만을
비축하게 된다.

국제원유가는 10일 현재 기준유가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브렌트유가
모두 배럴당 23달러대를 넘고 있다.

이는 2년반만의 최고시세이다.

OPEC의 목표가격대(브렌트기준 18~20달러)는 이미 넘어섰다.

OPEC감산이 재고량 삭감에 앞서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셈이다.

박재림 기자 tree@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