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릴 다으 대사 약력 ]

<> 37년생
<> 앙카라대 정치학/법학
<> 사우디 대사관 1등 서기관
<> 독일 대사관 참사관
<> EEC대표부참사관
<> 그리스 피레우스주재 총영사
<> 아일랜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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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부임한지 3년째인 하릴 다으(62) 주한 터키 대사는 연신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예상치 못햇던 온정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발생한 터키의 대지진 참사 소식이 전해지자 터키 대사관엔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 성금을 내거나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전화가
하도 많이 걸려와 한동안 불통이 됐을 정도였다고.

대사관측은 이같은 요청이 쇄도하자 부랴부랴 국민은행에 계좌를 텄다.

이렇게 해서 2천6백여명으로부터 2억원에 가까운 성금이 모아졌다.

"직접 찾아 오시거나 편지를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번은 김부연이란
이름의 어린 여자아이가 봉투 하나를 보내 왔습니다. 열어 보니 꼬깃꼬깃
접혀진 만원짜리 한장이 들어 있었죠. 이런 잔잔한 감동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다으 대사는 터키 국민들이 전세계인들의 따뜻한 손길에 힘입어 이번의
비극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한국인들이 "터키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터키돕기"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터키가 6.25때 1만5천명
규모의 군대를 파견, 한국을 위해 싸운 혈맹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터키 지진 현장에 파견된 한국의 119구조대와 의료지원팀이 늑장을 부린
것이나 정부가 타국에 비해 적은 액수인 7만달러를 성금으로 낸 것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냐고 묻자 그는 "선물은 어디까지나 선물이므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대답한다.

다으 대사는 40여년 외교관 생활을 하는 동안 주로 유럽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나 아시아 네마리 용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보고 일찍부터
동아시아에 관심을 가져 왔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95년에 처음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됐고 이듬해 주한
터키 대사로 발령 나 매우 기뻤다는 것이다.

"터키인도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자아, 보세요. 우린
모두 볼 윗부분이 두드러지게 나왔잖습니까"라며 자신의 광대뼈를 가리키는
다으 대사.

그의 눈매며 얼굴 윤곽을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 몽골인의 피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한국 음식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 어디든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도 많이 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경주와 산세가 일품이라는 설악산이 그가
제일 좋아하는 곳.

다으 대사는 비록 터키 일부 지역에 지진이 나긴 했지만 관광자원이 어느
나라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오랜 세월 다문명.다민족이 엮어 온 찬란한 문화유산이 도처에 있다며
목소리에 힘을 준다.

자연경관 또한 아름다움의 극치라며 "설탕같이 고운 지중해의 모래를
꼭 만져보라"고 권유한다.

그는 이번 지진과 한국인의 관심을 계기로 양국의 우의가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97년 외환위기로 단항된 터키항공도 내달께 다시 직항코스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중에서 가장 개방되고 세속화된 나라입니다. 기독교
유적지도 개방돼 있습니다. 또 특급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괜찮은 호텔에
아침, 점심해서 10달러면 될 만큼 저렴하지요. 제 비서인 김양도 저랑
일하기 전 터키에 여행갔다가 한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조국 터키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여간 아닌 다으 대사는 곧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도 열 생각이다.

< 고성연 기자 amazi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