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각 일간지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해외토픽란에 실렸었다.

그 기사를 우선 그 대로 옮겨보자.

"미국 남성 우울할 땐 섹스, 여성들은 쇼핑 간식 즐겨. 성인 남성들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한 우선적 방법중 하나로 성관계를 택하는 반면,
여성들은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쇼핑 또는 간식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같은 결과는 최근 발간된 미국의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
에 따른 것으로 1백2명의 대학생과 3백8명의 노년층 및 26명의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고(연합)."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 남자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주로 섹스를하고 여성들은 대화 쇼핑 간식 등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결과는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이라는 전문 학술지에 실린 것이므로
누구도 이 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결과가 믿을만 한가.

조사대상은 남녀를 합해서 총 4백36명으로 표본은 그리 적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표본의 구성이다.

조사대상자의 구성을 보면 대학생 1백2명, 노년층 3백8명, 그리고 정신과
의사 26명이 전부였다.

미국의 성인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대학생 노년층 정신과의사들 뿐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으므로 이 표본은 대표성이 전혀 없는 표본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나온 결과에도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이런 대표성 없는 조사결과가 논문의 심사과정에서 수정되거나 거부되지
않고 그대로 발표되는 학술지라면 그 수준이 의심이 간다.

물론 이런 신뢰성 없는 결과를 무슨 대단한 사실을 분석한 듯이 세계적인
뉴스거리로 전파하는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

제목이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고 신뢰성 없는 결과를 지면에 싣는다면
사람들은 더욱 수문맹에서 탈피하기 어렵게 된다.

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