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충돌 정치, 이래도 되는 건가
용산과 여의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과 ‘여의도 대통령’의 충돌이라지만 결국 행정부 대 입법부의 대결로 전환될 것이다. 미래와 민생에 미칠 영향이 심각하다.

원인은 간단하다. 여소야대 탓이다. 학문적으로는 ‘분점정부’라 부른다. 행정부를 장악한 집권당과 입법부 다수당이 다른 분점 상황이라는 의미다. 의회의 다수당이 단독 또는 연합으로 행정부를 구성하는 내각제에서 분점정부는 거의 없다. 주로 대통령제에서 발생한다. 과거 정부에도 여소야대는 있었다. 노태우 정부와 김대중 정부도 여소야대였지만 노 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김 대통령은 자민련과 ‘연정’으로 극복했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여소야대를 맞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레임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소추로 정치는 혼돈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는 제1당과 제3당이 연대한 다수 야당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 앞에는 노태우·김대중 대통령의 연정의 길과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이 걸었던 소수 집권당의 길이 선택지로 놓여 있다.

한국 정치는 노태우·김대중 대통령의 포용 정치가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의 ‘뚜벅이’ 소수당의 길보다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분점정부 약세를 극복하는 길은 의석은 작지만, 개혁신당과의 보수 연대가 첫째다. 연대는 정치적 책임 분산 효과가 있고, 탄핵 저지선 8석과 11석은 결이 다르다. 제1당과 제3당의 ‘진보연대’에 대응하는 제2당과 제4당의 ‘보수연대’는 자연스럽다.

곧 제22대 국회가 시작된다. 토론보다는 피켓이, 타협보다는 다수결 처리가, 입법 활동보다는 정권 투쟁이 주도할 것이다. 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 통과에 집중하는 이유는 특검 수사로 불거질 ‘용산 책임론’과 촛불 시위, 촛불 시위에 기름을 부을 김건희 여사 관련 새 이슈들, 새 이슈들이 만들어낼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와 탄핵 정당성 확보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용산과 여의도의 정면충돌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용산과 여의도의 충돌이 대한민국 미래와 민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숙고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소추가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수용 여부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의 행정 마비, 사회 분열, 탄핵을 둘러싼 국민 대치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든지간에 대통령제는 더는 존속할 명분을 잃을 것이다. 대통령제의 장점은 대통령 임기 동안 행정부의 ‘안정’이 핵심인데 빈번한 임기 단축 탄핵으로 행정 ‘불안정’이 일상화되기 때문이다. ‘안정’ 유지 논리 때문인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탄핵당한 사례는 없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부통령 제럴드 포드에게 행정부를 넘겼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상원은 탄핵을 부결시키며 행정 지속을 선택했다. 지금 야당 연대는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에 몰두하고 있다. 여당은 탄핵 빌미를 줄 수 있는 특검 저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때문에 국회 개원 원 구성 협상도 뒤로 미뤘다. 한편 용산은 연금개혁안 여야 협상조차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하고 있다. 연금개혁법 통과가 해병대원 특검법 재통과에 도움을 줄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탄핵의 일상화’로 대의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 그러면 탄핵 혼란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대통령이 협치와 연대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야는 탄핵이 초래할 국정 마비가 민생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숙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대통령이 법에 보장된 권력 행사조차 자제해야 함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사용을 자제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 고대 철학자들은 아테네 민주주의가 다수 하층계급의 무제한적 권력 행사 탓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주목했다. 국회 절대다수를 점하는 야당이라도 ‘탄핵권’ 행사를 자제해야 함을 말한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권력 자제’라는 정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