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베커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법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크나큰 업적을 가지고 있다.

베커 이전까지 경제학의 전통적인 분석 대상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서
소비하는 경제행위, 특히 시장행위였다.

베커는 경제행위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인간행위들 특히 인간 사이의 상호
작용과 비시장행위에까지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하여 새로운 이론들을 제시
했다.

교육 가정 출산 결혼과 이혼 인종차별 범죄 압력집단 마약중독 등 다방면의
인간행위들에 비용과 편익이라는 인센티브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학적 분석을
적용하여, 과거에는 습관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됐던 인간행위들이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의 결과라는 것을 명쾌하게 보였다.

그는 시카고대학 대학원 경제학과 2학년 때인 1952년 미국경제학회지와
이코노미카에 발표한 논문들을 시작으로 40여년간 10여권의 저서와 5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차별의 경제학"으로 1957년 시카고대학에서 책으로
출간됐다.

이 저서에서 그는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종차별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

백인이 흑인에 대해 가지는 인종차별감을 일종의 기호(taste)로 개념화하여
효용함수에 집어넣음으로써 경제학적 분석방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경쟁시장에서는 차별감이 가장 작은 기업이 가장 싸게
제품을 생산하게 되므로 인종차별이 최소화되나, 독점시장에서는 경쟁기업이
없기 때문에 독점기업의 인종차별을 제어할 수 없다.

즉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인종차별의 정도가 낮아진다.

이 분석은 한국의 지역차별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

기업가의 특정 지역출신에 대한 차별감을 일종의 기호로 개념화할 수 있다.

주관적 지역차별의 정도가 같다하더라도 산업구조가 경쟁적이냐 독점적
이냐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실현되는 지역차별의 정도가 다르다.

경쟁산업에서는 어떤 기업가가 지역차별을 많이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면
이윤이 감소하여 산업에서 도태되므로 그 산업에서 가장 적게 지역차별을
하는 기업가의 지역차별 만큼만 하게 된다.

그러나 독점산업의 기업가는 지역차별로 인한 손실로 인해 독점이윤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한 지역차별을 한다.

그러므로 경쟁산업에 비해 독점산업의 지역차별 정도가 심하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적산업보다 독점적산업에서
호남출신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는 1964년에 출판된 "인적자본"이다.

그의 기본적인 생각은 개인이 받는 교육과 훈련도 기업이 새로운 설비투자
를 하는 것과 같은 투자라는 것이다.

즉 개인의 생산능력을 인적자본이라고 하면 교육과 훈련은 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가 된다.

이러한 이론으로 학력간 임금격차 및 연령증가에 따른 임금상승 등 노동
시장의 많은 현상들을 설명했으며 인적자본에 입각한 경제성장론의 기초를
제공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이론을 이용하여 유일한 자원인
인력자원의 개발 및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할 수 있으며, 미시적으로는 기업의 인력개발과 활용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박기성 <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kpark@cc.sungshi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