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구나르 미르달 <2> ]

미르달은 자본주의가 모든 경제체제중 가장 좋은 체제이며 조직에 의한
간섭만 완전배제되면 만사는 최선의 상태로 발전해 갈 것(All is for the
best in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이라는 자유주의 경제철학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인간은 행복할 수 있는 평등한 권리를 가졌지만 결코 동등한 존재가 아니다.

우승열패를 반드시 결과하는 시장경쟁에 그런 인간을 방임하면 시장경제
2백년 역사가 증명하듯 부익부.빈익빈을 초래한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는 외부충격이 있을 때만 시장경제는 균형에서 이탈되나
충격이 사라지면 본래위치로 복귀한다는 안정균형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미르달은 사회 구성요소간 이질성이 커지면 외부충격이 없더라도
사회조직은 균형에서 이탈하고 일단 이탈이 시작되면 상쇄력 아닌 상승력이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누적작용을 하는
순환적.누적적 인과관계 원리가 사회움직임을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누적작용이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파급효과,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역진효과라고 그는 이름지었다.

도시의 공업화가 주변 농가생산물에 대한 신규수요 창출을 통해 농업발전을
가져 오고 농업발전으로 인한 농가소득증대가 도시 공업제품수요를 창조하여
농업과 공업이 균형발전하는 것이 파급효과다.

반면 공업화로 인한 도농격차확대가 가장 우수한 농촌노동력의 이농을 낳고
그 결과 도시는 더욱 발전하고 농촌은 생산력저하, 농업노동임금상승 등으로
더욱 쇠퇴하는 것이 역진효과다.

그러므로 사회조화는 시장세력이 자유롭게 작용하는 가운데 나타나리라고
기대되던 개방적 조화(liberal harmony), 즉 자연조화로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갖가지 이익집단간의 협조와 특히 노사단체교섭 등 시장에 대한 공.사조직
의 간여와 이같은 간여에 대한 계획적 조정을 통해 이룩된 "창조된 조화"
(created harmony)가 진정한 조화라는 것이 미르달의 생각이다.

상부구조는 경제적 하부구조에 의해 일의적으로 결정된다는 마르크스의
경제적 결정론에 대해서도 그는 생각을 달리한다.

사회경제체계 움직임은 서로 인과관계를 갖는 6개 조건, 즉 산출 및 소득,
생산조건, 생활수준, 삶과 일에 대한 태도, 기구 그리고 정책에 의해 결정
된다.

이중 앞의 3개는 경제적 요인, 그 다음 2개는 비경제적 요인이다.

정책은 앞의 셋과 관련되면 경제적 요인, 나중 둘과 관련되면 비경제적
요인으로 기능한다.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간에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바와 같은 상하
또는 주종관계가 본질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요인은 거의 언제나 다같이 작용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경제적 요인이
지배적인 작용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비경제적 요인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한편 가치판단과 관련, 사회과학이론은 결코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이론분석에서 객관성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가치판단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자는 사회과학연구에서 반드시 자신의 가치전제를 명시해야 하는데
가치전제는 명시적으로 진술되고 명백.구체적이어야 한다.

또 목적에 맞게 선택돼야 하고 수단에도 가치전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또 자의적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실제적 가치판단에 기초해야
하고 끝으로 실현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가 "미국의 모순"에서 흑인문제를 현대민주주의와 연결시켜 분석했을 때
제시한 가치전제가 자유.기회의 나라, 자유의 요람, 민주주의 본고장, 만민
평등, 생명.자유.재산의 완전보호, 언어.종교자유 및 인종적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를 내용으로 하는 소위 "미국인 신조"(American creed)였다.

임종철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