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분사가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 공기업 언론사 등 할 것 없이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주로 비주력 부문을 분사시키고 있다.

작년에 일기 시작한 분사 열풍은 올들어 현대 삼성 대우 LG 등 대기업으로
본격적으로 번졌다.

최근엔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이 항공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로
항공사업을 항공통합법인으로 분사시키는 정식절차를 밟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은 분사된 회사가 작년부터 6월말까지 5백개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컴퓨터 건축설계 전문업체인 삼건베리클의 이태철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건설부문 CIC(건설정보통합관리) 팀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비롯한 12명의 팀원 전원이 퇴직금을 출자, 자본금
8천만원으로 만든 업체의 사장으로 변신했다.

사무실 임대료는 삼성으로부터 무이자로 대출받아 마련했다.

이미 쓰던 장비도 싼 값에 살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다져진 조직력을 바탕으로 분사후 6개월 만에
패션전문 복합상가인 부산 르네시테의 통합운영시스템 개발용역 등 30여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올해도 매출액 10억원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 열풍이 불면서 이처럼 주변사업부문을 임직원들에게 맡겨
독립법인화하는 분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직원이 적게는 10명 미만인 곳에서부터 LG전자서비스 이같이 2천명이나되는
대기업도 있다.

분사(Spin Off)는 크게 경영자 매수(MBO:Management Buyout)와 종업원인수
(EBO:Employee Buyout) 등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분사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원 가전공장에서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
부문을 부산.경남으로 분사화시켜 옮기기로 결정했다.

삼성에선 작년에 전자.전관.화재.석유화학 등 10개 계열사에서 50개 회사가
독립해 6천여명의 직원이 자리를 옮겼다.

주로 건물공장 경비관리를 비롯해 청소용역 식당 차량운수 등 총무업무
분야였다.

특히 삼성전관은 무려 24개의 분사를 탄생시켰다.

현대는 현대전자 한 곳에서만 7개를 분사시켰다.

이런 결과 현대그룹은올 6월말까지 1백8건의 분사를 실시, 당초 목표였던
104건을 이미 넘겼다고 최근 발표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린 대우가 8월11일까지 얼마나 많은
계열사를 분사 등의 형태로 분리할 지도 관심거리다.

LG는 최근 화학 전자 등 주력업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30개 사업분야를 분사키로 했던 방침을 바꿔 40개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LG에선 <>LG전자의 주물사업 물류사업 금형사업분야
총무부문 <>LG정밀의 스위치사업 <>LG상사의 아동복사업 <>LG산전의 주유기.
세차기부문 등을 분사시켰다.

5개 그룹 밖의 다른 기업들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분사를 활용하고 있다.

한라중공업은 우주항공사업부문과 환경사업부문을 각각 스페이스 테크놀로지
와 한라환경산업으로 분사시킨다고 최근 발표했다.

분사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모기업 입장에서는 정리해고라는 극단적 방법을 쓰지 않고 몸집을 인력을
줄여 조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대 이점이다.

독립회사도 대기업의 관료체제에서 벗어나 저비용구조의 전문화로 홀로 설
수 있다.

그러나 분사한 경우 대부분 복지수준이 떨어지고 월급도 줄게 돼 사원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 정구학 기자 cgh@ >

[ 주요 기업 분사실적 및 추가계획 ]

<> 현대 - 99년6월말 현재 108건 분사(목표 104건 초과달성)
- 현대전자는 7개 분사

<> 삼성 - 삼성전자 백색가전부문 부산으로 분사계획
- 지난해 삼성전관등에서 50개 분사

<> 대우 - 8월11일까지 채권단 공동으로 추가 구조조정안 마련

<> LG - 당초 30개 분사계획에서 40개로 확대
- 지난해 LG전자 LG정밀 LG상사 등 비주력사업 분사

<> 한라중공업 - 우주항공 및 환경사업 분사 방침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