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주가 추락이 멈추지 않자 증권가는
하루종일 어수선하기만 했다.

수익증권 환매 움직임이 줄어들고 채권 외환시장은 한결 안정을 되찾았으나
외국인의 매도공세와 아시아증시 약세로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정부의 금융시장안정책이 발표됐음에도 26일 주가는 큰 폭으로 출렁거린
끝에 폭락세로 마감됐다.

불안한 투자심리가 그대로 노출됐다.

900선이 무너진채 전날보다 13.58포인트 내린 가운데 시작된 종합주가지수
는 7분만에 낙폭을 4.14포인트로 좁히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우위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국내기관들이 매수주문을
멈춘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9시 39분께 낙폭이 마이너스 42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러나 정부의 협조요청으로 증권사와 투신사들이 적극 순매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10시25분께는 약보합선까지 따라붙었다.

전날보다 2.28포인트가 낮은 902.68로 900선을 회복했다.

프로그램매수세도 가세했다.

한전 SK텔레콤 등이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단기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일며 정신을 가다듬는듯 했다.

이후 후장 중반까지 지수 880과 890선을 오가는 소강국면이 지속됐다.

시장에서도 단기 낙폭이 그만하면 반등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희망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물시장은 물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거세진데다
아시아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객장 일부에선 다시 투매사태가
빚어졌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하한가 종목도 늘어만 갔다.

오후 2시9분부터 39분까지 단 30분 사이에 주가가 34포인트나 추락했다.

이날의 최저가인 860.13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비해선 무려 44.83포인트나 떨어진 수준이었다.

장마감을 20여분 남겨둔 상황에서 단기낙폭이 지나치다고 본 투신권이
"사자" 주문을 쏟아냈고 객장의 일반투자자까지 "사자"에 가세하면서 낙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종가는 전날보다 32포인트 떨어진 872.94.

연이틀의 폭락사태로 시장참가자 모두가 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그나마
장후반 낙폭을 12포인트 줄인 것이 희망의 불씨이자 한가닥 위안이 됐다.

<>.이날 증권사 객장에는 아침일찍부터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 시장동향에 촉각.

특히 지수가 40포인트이상 출렁거리며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시각각
으로 표정이 변하는 모습.

개인투자자들은 오전 9시30분께 40포인트이상 수직낙하하자 할말을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

그러나 지수가 반등하며 한때 900선을 되찾자 표정이 밝아지며 주위사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오후장 막판에 40포인트 이상 다시 떨어지자 굳은 표정.

객장 직원들도 밀려드는 고객들의 전화문의에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는
등 벌집쑤신 분위기.

D증권 여의도지점 관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객들의 전화만
1백여통을 받았다"며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면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이탈사태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큰 걱정.

<>.채권단은 26일 대우의 유동성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4조원의 신규지원자금
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시중자금이 넉넉해 자금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었던 반면 은행 내부의 의사
결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코메르츠은행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은 외환은행은 26일중 이사회를 여는
것이 불가능, 자금지원방안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었다.

외환은행은 우선 콜자금으로 먼저 대우에 지원하고 빠르면 27일중 경영
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 자금지원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다"며 "이사회 결정이 떨어진 후에야 기업어음 매입방식
으로 자금을 지원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은 대우그룹에 대한 자금지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26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이 대우에 대한 신규자금지원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사외이사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거나 이사회의
사후승인을 받기로 하는 등 내부의사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의 지배구조를 독립적으로 바꾸어 놓고
이제와서 특정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