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엔 정년이 없다''

올해 64세인 김익현씨는 요즘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만큼 즐겁다.

인터넷과 PC통신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켠다.

각종 게시판에 들어가 관심있는 글들을 읽어보고 사이버 신문 사이트에
접속해 뉴스를 둘러본다.

참고할만한 내용은 따로 갈무리해 정리해둔다.

김씨는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서핑경력은 1년도 안되지만 능숙하게 원하는 곳을 찾아낸다.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를 발견하면 꼼꼼하게 체크해둔다.

지난달에는 60세이상 네티즌이 참가해 정보검색 실력을 겨루는 ''인터넷탐험
한마당''에 출전, 당당히 우승했다.

김씨는 4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중이다.

올해안에 정보검색사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사이버공간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아이템도 찾고 있다.

평범한 농부의 삶을 살아온 박윤상옹.

올해 8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통학문을 이야기하는 박약회
(www.bakyak.co.kr)의 대표시솝(Sysop)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이텔 원로방 회원이기도 한 박옹은 수시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회원들의 근황을 소개한다.

직접 만든 자신의 홈페이지(www.hitel.net/~py17)에다 정담과 교훈적인
이야기를 싣고 있다.

최근에는 투병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한시를 사진과
함께 실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부림빌딩 3층에 자리잡은 "복지정보센터".

55세이상의 "어르신"들만 들어올 수 있는 "노년층 전용" 인터넷PC방이다.

여느 인터넷PC방처럼 40여대의 PC가 갖춰져 있지만 청소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PC앞에서 열심히 인터넷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

한쪽에는 컴퓨터초보자로 보이는 한 노인이 직원으로부터 열심히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실버 네티즌"이 늘고 있다.

PC통신 하이텔의 경우 60세 이상 이용자는 현재 2만6천여명으로 올들어서만
6천여명이나 늘어났다.

전체 이용자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8%로 높아졌다.

나우누리의 60세 이상 이용자수는 1만2천6백여명으로 올들어 3천명 가량
늘어 전체의 1.3%에 이른다.

천리안 유니텔등에서도 실버네티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단순히 정보만 검색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에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이뤄 "그들만
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실버네티즌 모임은 하이텔의 "원로방".

회원수가 1만9천명에 이르고 있다.

체우회 오죽헌 삼락회 등 각종 소모임을 운영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곰방대와 크레용"은 하이텔 어린이무료회원과 노인회원이 만나는
자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린이들 간에 따스한 대화가 오간다.

천리안의 "원로통신동호회", 유니텔의 "삶의 향기", 나우누리의 "황금시대"
"학마을", 두루넷의 "쉼터" 등도 실버네티즌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실버네티즌들은 사이버공간에서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
를 형성하고 건강 학문등 관심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삶의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인생상담도 해주고 있다.

박윤상옹은 "인터넷을 통해 소외감으로부터 벗어나게 됐으며 각종 사회 활동
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등 생활공간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이영만(72)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회장은 "우리 노인들도 조금만 공부하면
컴맹에서 벗어나 정보화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이버공간은 더이상 신세대 젊은이들의 독무대가 아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