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발언" 파문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시킬 목적으로 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라는 언론보도는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일이 시급하다고 해서 왜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늦춰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집단이 반발한다고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추진
방향이나 일정을 후퇴시키는 것은 옳지 않으며 자칫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우리생각이다.

이상룡 노동부장관은 지난 14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동문제 현안을 보고
하는 자리에서 노조반발의 핵심원인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공기업의 인원감축과 기구축소 시한을 다소 연장하며, 체력단련비나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을 노사자율에 맡길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날로 확산되고 있는 파업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국가신인도 상향조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조조정의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추자는 것은
명분도 없고 부작용만 일으킬 잘못된 발상이다.

구조조정은 파탄위기에 빠진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민적 합의사항인
만큼 경제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함부로 손댈 일이 아니다.

특히 경쟁력이 없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과는 달리 정부지원과
함께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공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여론의 공감대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현재의 파업확산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목적으로 검찰로 대표되는 국가
공권력이 개입해 "의도적"으로 파업을 유발했다는 의혹때문에 발생한 만큼
진상을 조사해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일이지 구조조정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다만 공기업 예산편성 지침과 기존 단체협약의 상충을 피하기 위해 성과급을
지급한다든지, 부문별 사업장별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조정한다든지 하는
실무적인 문제는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는 범위안에서 노사자율로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거나 정부방침을
변경하는 일이 최근 부쩍 잦아져 걱정인데 노조반발을 무마한다고 구조조정
마저 늦춘다면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달성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투자자의 철수, 대외신인도 추락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관계당국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