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부문은 큰 격랑에 처해 있다.

어떤 사업 분야보다도 심한 편이다.

인터넷 때문이다.

일반 소매업체들은 존폐의 위기를 느낀다.

한발 앞서 인터넷 유통에 참여한 선발업체들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져 가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유통망을 뚫으려는 혁신적인 시도들은 수십년동안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만큼 유통업체를 곤경에 빠뜨린 경우는 없었다.

인터넷의 보급속도를 보고도 "전자상거래에 관심이 없다"고 고집피우는
유통업자는 너무도 둔감한 사람이다.

기존의 유통업체가 전자상거래를 한다면 놀랄 만한 승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점은 반품창구가 된다.

구매비용을 낮출 수있고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 자체로 큰 광고효과를
얻는다.

점포를 중심으로 반경 3km의 주민들이 잠재고객이었다면 전자상거래에
진출함으로써 30km, 3백km의 주민이 고객이 된다.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확대된다.

반면 가게를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 것이다.

가격인하압력이 강해지고 마진이 감소한다.

경쟁도 치열해진다.

기존 유통분야는 전자상거래에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

때문에 체인유통과 전자상거래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된다.

메릴린치 보고서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유통업계가 맞이한 즐거운 파티에
비유한다.

파티에는 누구나 초대받았다.

이미 테이프커팅을 한지 수시간이 지났다.

일찍 도착한 사람도 있고 이제 차비를 서두르는 사람도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대략 이런 것이다.

"파티장안에는 아직도 먹거리가 즐비하다. 물론 영양가 높은 음식에는
앞서 온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갔다. 그렇다고 참석을 게을리하는 사람은
후회하게 된다. 놓쳐서는 안될 중대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현재 전자상거래의 모습과 주변상황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제언을 곁들이고 있다.

<> 기업분석의 패러독스를 극복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호의적이다.

높은 주식가격이 이를 말해 준다.

그러나 순수한 전자상거래 전문업체로 이에 걸맞는 수익을 내는 기업은
없다.

반면 전통적인 방식에 안주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해서는 매우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이것이 기업분석의 패러독스이다.

신규참여자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존의 체인과 인터넷을 통해 서적을 판매하는 보더스그룹
이다.

보더스는 3년전 전자상거래의 위협이 없었을 때 70%의 프리미엄으로 서적을
판매했다.

지금은 휼륭한 쇼핑몰을 구축했으면서도 60%를 디스카운트해서 팔아야 한다.

보더스의 주식은 이중의 벌칙을 받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낮은 마진으로 보게 되는 "손해"가 첫째이며 전자상거래가
보급되면서 체인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감소분이 두번째이다.

기업분석의 패러독스는 유통업체나 투자자들에게 당분간 최대의 이슈가 될
것이다.

<> 곧바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 =전자상거래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그 수익성을 단언하긴 어렵다.

기존 상점에서는 손님이 물건을 들고 나가지만 전자상거래에서는 당신이
물건을 배달해야 한다.

손님은 물건을 만지지 못하며 느끼지 못한다.

상품을 각 주문자의 집에 보내는데는 큰 비용이 든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통판업체들이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분야에서 전자상거래가 자리를 잡을 수있었던 것은 배송비용이
판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수익성을 맞춰야 하는 문제가 온라인 장터의
규모와 확대되는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 또 하나의 유통채널인가,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유통업체에게 전자상거래
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귀찮지만 일단 얼굴을 내밀어야 할 파티장인 것이다.

그것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논쟁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전자상거래가 통신판매 TV쇼핑에 준하는 또 하나의 유통채널
이라고 말한다.

그 폭발력이 크다는 게 다르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기술의 발달과정을 볼 때 멀지 않은 장래에 제품의 상당부분이 온라인으로
거래될 것이라고 본다.

전자상거래가 얼마나 기존 유통업체들로부터 시장을 빼앗을지 단언할 수
없지만 통신판매(9%)와는 비교할 수없는 점유율이 될 것이다.

<> 제언 =전자상거래는 떼어내야 한다.

번즈&노블의 연결수익은 현재 보더스의 그것보다 두배 이상 높다.

그 요인은 번즈&노블이 전자상거래를 공격적으로 추진해 별도의 회사로
독립시키고 기업공개의 단계에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부분만이 공개될 경우 번즈&노블은 40%의 지분을 가질 것이며
미디어그룹인 베텔스만이 40%를 차지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이들 모두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미 유통업체를 가지고 있다면 전자상거래를 통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있다.

구매와 재고관리는 유통업체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릴 수있다.

광고는 쇼핑몰을 통해 기존 매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실제 가게에서 반품할 수있다.

순수한 전자상거래업체는 유통업체와 연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