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야흐로 각종 조사의 홍수 속에 묻혀 살고 있다.

사회의 민주화,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충족, 그리고 몇 번의 선거 경험을
통하여 이제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이라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쯤 전화조사에 응답을 해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문과 TV에서는 각종 그래프와 수치로 장식된 다양한 조사결과를 쉴새
없이 발표하고 있다.

이제 어떤 주장이나 기사도 조사결과를 요약한 숫자와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무언가 근거가 없는, 비과학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방송이나 신문에서 발표되는 다양한 조사결과를 항상
올바르게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조사를 하는 사람이나 조사결과를 받아들이는 쪽 모두가 왜곡된
정보를 주고 받게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왜곡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조사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우선 조사에 대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

일반인들이 조사나 결과해석에 대한 안목을 높인다면 조사를 하는 사람들도
질적수준을 갖춘 조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사에 대한 안목을 높인다는 말은 조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잘못을
이해하고 그런 잘못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피해가면서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여론조사의 과정은 긴 연결고리로 이어진 매듭에 비유할 수 있다.

각각의 연결고리가 모두 튼튼해야 견고한 매듭이 되듯이 훌륭한 조사도 각
단계가 올바르게 수행되어야 한다.

조사과정의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잘못이 있게 되면 전체의 조사는 신뢰성
이 낮은 결과를 낳게 된다.

확률이야기에서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조사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상의 문제점을 실제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하기로 한다.

조사결과를 대할 때 행간을 읽을수 있기 위해서는 조사방법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예를 통하여 그러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쉴새 없이 우리에게 제공되는 각종 조사결과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잘못된
조사나 결과분석을(속으로 음미하면서) 피해가며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조사의 시대, 여론의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