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자동차왕국 ''현대'' ]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대부분의 공장에서 ''청사진(블루프린트)''을
없앴다.

청사진은 각종 기계의 설계도면이다.

자동차 한대를 만들기 위해 2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완성차업체
로서는 일년에 수십만장씩 이를 그려내고 다시 납품업체에 보낸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다.

현대에서 청사진이 사라진 것은 사내 1백여 관련부서와 3백여개 협력업체를
인터넷으로 연결, 전자도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전자시스템(ECIMS)를 개발
하면서부터다.

현대는 이 시스템의 완성으로 종전같으면 연구소에서 부품개발파트로, 다시
협력업체까지 도면을 전달하는데 평균 2~3주 걸리던 시간을 불과 2일로
단축했다.

사람을 일일이 출장보내지 않아도 되며 도면이 잘못 전달돼 허둥대던 해프닝
도 사라졌다.

인터넷을 통한 설계도 교환은 일본에서도 도요타 정도가 가동하고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현대는 이 시스템 도입이 장기적으론 제품개발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것은
물론 원가절감과 설계업무의 효율화로 경쟁력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초부터는 자동차부품을 제외한 공구 소모품 등 일반자재
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구매하고 있다.

자재가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관련업체들로부터 입찰을 받아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곳을 납품업체로 선정하는 것이다.

힘있고 연고있는 사람의 청탁에 의해 납품업체가 결정되던 관행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제품의 질과 가격으로 납품이 결정된다.

이 회사 김홍근 구매팀장은 "인터넷 구매를 통해 연간 1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납기도 30% 단축될 전망"이라며 "무엇보다 입찰과정의 시빗거리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 기업의 "투명경영"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인터넷은 이미 경영의 핵심 툴(도구)로 자리 잡았다.

수천여개 협력업체와 연결해 긴밀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해외지사망을
관리하며, 고객의 차량정비까지 도와준다.

기업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Business to Consumer)에 활용하고 있다.

적용기술도 과거의 전자문서교환(EDI) 등 밴(VAN)에서부터 인트라넷
엑스트라넷까지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현대의 엑스트라넷 부문은 우선 협력업체와 정비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는데서 출발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협력업체와 삼차원(3D) 설계도를 쌍방향으로 주고받아
인터넷상에서 모든 설계업무를 끝맺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정비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비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1백60개
해외대리점을 인터넷으로 연결, 수출계약 및 부품판매 차량정비까지 앉은
자리에서 해결하고 있다.

전자구매의 대상도 일반자재에서 생산부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5년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홈페이지
(www.hyundai-motor.com)를 개설했다.

현대의 홈페이지 역시 처음엔 네티즌에게 자사의 소식을 알리고 읽을
거리나 제공하는 홍보의 기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엔 고객이 차계부를 인터넷으로 관리하고 중고차 정보까지
알아볼 수 있는 기능 등을 더했다.

지난달엔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이버영업소"를 개설했다.

또 자동차전문 웹진인 "웹포유"를 고객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는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담는 포털사이트로 변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인터넷사업은 전문가들도 인정해주는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업체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어떤 부분은 오히려 앞서
있다.

조직이 방대한 만큼 각 사업부별로 인터넷사업이 따로따로 진행돼 현재는
이를 통합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인터넷은 이제 제2의 산업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본사-협력업체-정비업체-해외판매조직을 잇는 축에 자동차와
관련된 금융 보험 등 파생산업까지 연결한 거대한 사이버 자동차왕국을
건설중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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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사이버 판매 ]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인터넷에 "사이버영업소"를 개설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동차는 책이나 CD처럼 쉽게 사고 버리는 상품이 아니다.

대당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만큼 품질은 좋은지 가격은 적당한지
몇번씩 따져보고 산다.

이런 자동차가 "클릭" 한번으로 팔리겠느냐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딜러들의 네트워크망인 오토바이텔(www.autobytel.com),
마이크로소프트의 카포인트(www.carpoint.com) 등이 인터넷 판매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유통구조가 다른 한국에서도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영업소 개설 보름만에 3건의 주문이 들어오며
사라졌다.

현대 관계자는 "내부직원을 위주로 운영하고 차츰 일반인에게도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경계했다.

현대측은 국내에서도 인터넷 자동차판매가 활성화되려면 두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한국은 딜러가 아닌 메이커가 직접 영업소를 운영하며 자동차를
판매한다.

오토바이텔의 경우 미 전역의 딜러들을 인터넷으로 연결, 가장 싸게
자동차를 판매함으로써 호응을 얻었다.

차종도 크라이슬러 포드 등 제한이 없다.

한국은 인터넷이라고 특별히 가격을 할인하거나 판촉행사를 펼치기가
힘들다.

기존 영업직원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다른 차종을 팔기도 힘들다.

최근 독자적인 쇼핑몰을 개설한 GM(www.gmbuypower.com)에 부정적인 눈길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하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인지와 채권을 사야
하고 금융 보험 등 파이낸싱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는 이 모든게 온라인상으로 해결됐을 때 진정한 인터넷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가 인터넷 쇼핑몰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인터넷 판매는 시간에 쫓기거나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는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론 영업비용을 절감해 가격도 낮출 수 있다.

현대 관계자는 "2002년께면 연간 3천대 가량이 인터넷으로 판매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