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서재 방 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아파트가 인기다.

벽지나 커튼 등의 소품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벽을 옮겨 공간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입주자들의 여건을 적절히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입주자들의 취향이나 가족상황 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안에 변화가 있어도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소한 것이 가변형 주택이다.

현재 아파트는 평형구분만 있다.

동일평형은 실내구조가 모두 유사하다.

이로인해 공간 이용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벽을 움직여 공간을 바꾸는 가변형 주택의 핵심은 벽체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아파트는 이게 어렵다.

이른바 "벽식구조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벽식구조란 건물의 하중을 벽으로 버텨내게끔 된 아파트다.

거의 모든 벽이 아파트 지탱에 쓰이므로 함부로 벽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하중을 기둥으로 해결하는 철골조 아파트는 문제가 없다.

본격적인 가변형 아파트는 철골조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철골조 아파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골조는 평당 단가가 비싼 것이 흠이다.

평당가격이 벽식에 비해 2~3배 비싸다.

최근 대대적인 분양광고를 통해 입주자를 모으고 있는 도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일부 철골조 아파트의 경우 적극적인 공간변형이 가능하다.

벽식구조라고 공간변형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극적인 형식의 공간바꾸기는 가능하다.

벽식에서는 수납형 벽체와 간막이 벽체로 방을 바꿀 수 있다.

가변형 아파트의 원조는 주택공사가 지난 86년에 지은 상계 2단지 아파트다.

기본형, 변형1, 변형2 등의 세가지로 구분해 입주자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매우 소극적인 가변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용인 수지와 구성에 짓고 있는 철골조 아파트를 대표적인
가변형 아파트로 내놨다.

지난해 2월 4백62가구를 분양한 수지지구 아파트.

화장실 빼고는 모든 평면을 입주자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작년 5월 4백24가구 규모로 분양된 구성지구 아파트도 거실과 안방사이의
벽체를 가변형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거실과 안방은 여건에 따라 크기와 위치를 바꿀 수 있다.

금호건설이 지난 3월에 분양한 경기도 용인의 상현리 금호베스티빌.
거실과 침실을 가변형으로 설계했다.

9백80가구가 분양된 이 아파트는 거실과 침실 사이에 가변형 벽체를
배치했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거실과 침실 변경이 가능하다.

삼성물산 주택개발부문이 최근 분양한 구리토평, 용인수지, 서초동 가든
스위트 등도 대표적 가변형 아파트.

실내 침실을 2개로 나누거나 합쳐서 사용할 수 있다.

침실사이 벽체를 가변처리했기 때문이다.

선경 시티빌은 가변형 주택의 완성형을 보여줬다.

신혼부부 대학생 독신자 등을 주요 소비층으로 지은 아파트다.

선경 시티빌은 현관 욕실 부엌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했다.

거주자들의 선택에 따라 방 거실 서재 등을 시공해줬다.

입주후 환경이 변해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칸막이 벽을 경량 벽체로
처리했다.

가족 중심의 입주자는 방 위주로, 독신자는 거실 중심구조로, 신혼부부는
거실 방 중심구조로 지어졌다.

아파트의 단점인 획일성을 탈피해 단독주택 같은 집을 만들 수 있는 가변형
주택은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종사자, 재택근무자, 소규모 사업(SOHO)자 등 독창적인 거주공간
수요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