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98년 사회통계조사 결과는 IMF 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의식과 행태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론 이번 조사가 통계청이 작성
하는 13개분야의 사회통계중 가족.복지.노동 등 3개분야에 한정된 것이어서
변화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감이 없지 않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고용대책과 사회보장시책의 추진 등에 매우 유용한 참고자료임에는 틀림없다.

통계청의 조사내용 가운데 우리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대목은 국민들의
생활여건이 5년전에 비해 오히려 나빠졌다는 응답이다. 물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경제가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만큼 대다수 가정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생활여건의 악화에 대한 응답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성별로는 여자가, 지역별로는 도시지역이,
주택보유여부로는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그리고 연령이 많고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 더욱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IMF 체제이후 경제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가중되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층 보호와 노령화사회에 대비한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경기회복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대응이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조사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가치관의 변화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예컨대 직업선택에 있어서 발전성이나 장래성보다 안정성을 중시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그만큼 고용불안이 심화되었음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직자 대책에서 공공근로사업 확대나 조업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눠갖기 등의 방법보다 기업활성화와 직업훈련 기회확대 등에 대한
응답비율이 높은 것은 국민들이 임시방편보다 근본적인 실업대책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결혼이나 부모부양 의식등에서 과거와 다른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회안정을 위해 참고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사회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질서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 났다. 그러나 그같은 변화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될 때만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로 인해
우리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미친다면 또다시 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국민 모두가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사회변화를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