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수학교과서를 보면 "변곡점"이라는게 나온다.

말 그대로 추세나 흐름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포물선이나 곡선의 꼭지점 또는 밑점이다.

변곡점이 중요시 되는 것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
이다.

기존 질서는 파괴되기 쉽다.

선두주자가 후발주자로 추락할 수 있고 만년 후발주자가 선발로 뛰어오를수
있는 것도 이 시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누구에게나 이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의 순간은 찾아온다.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제품이 출현하거나 시장상황이 완전히 뒤바뀌는
때가 바로 이 변곡점의 순간이다.

경쟁의 조건에 큰 변화가 있을때도 해당한다.

게임기 시장의 후발업체였던 소니는 시장이 64비트 게임기로 바뀌는
변곡점의 순간에 시장을 선점해 1위로 올라섰다.

야후는 인터넷의 상업성에 착안, 검색도구(브라우저)를 만들어냄으로써
이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굳혔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의 성장성에 발빠르게 대응해 독점적
이익을 얻고있다.

반면 이스트만 코닥은 필름이 필요없는 디지털카메라의 출현이라는 변곡점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1백여년의 역사에 최대위기를 맞고있다.

한때 세계최고 게임기업체였던 닌텐도는 신제품 출현에 적응하지 못해
소니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닛쇼이와이등 종합상사도 인터넷 무역이라는 변곡점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바로 이 변곡점의 순간에 서있다.

여기서 각 경제 주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외환위기 극복이 "오픈 경기"였다면 이제부턴 "본게임"이다.

경기가 일부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곤 하나 아직 확신을 갖기 힘들다.

우리와 똑같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처럼 "반짝 경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이 결정적 시기에 한국 경제라는 곡선을 위로 상승시키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기업인들은 이에대해 주저않고 과잉설비의 해소, 투자의욕 고취, 신성장기반
의 마련 등을 꼽고 있다.

먼저 과잉설비의 해소다.

빅딜 후속조치에 해당한다.

자동차 반도체 항공기 철도차량 유화 발전설비 등의 분야에서 빅딜 구도는
마무리된 상태다.

남은 문제는 해당업종의 과잉설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것이다.

빅딜 목적이 과잉설비 해소와 재무구조 건전화였음을 감안할때 이제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과잉설비를 어떻게 줄이느냐는 기업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런 결정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과잉설비 처리업체에 대해 각종 금융.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관련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구조조정원활화를 위한 세제
지원" 건의안은 주목할만 하다.

재계는 구조조정을 위해 공장이나 부동산을 팔고 사업을 양도하거나 현물
출자를 하려해도 과도한 세금때문에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기업인은 "현재의 세법은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투자의욕 고취다.

경제학 원론에서 말하듯 경제성장은 소비와 투자, 수출의 세 축에 의해
결정된다.

저금리에 의한 소비 부추키기만으론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의 투자를 북돋우는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돼야 한다.

생산설비가 남아도는 현 시점에서 투자는 자동화와 R&D(연구개발), 정보
인프라 구축에 중점이 두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다.

자동화는 원가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R&D는 성장잠재력을 키운다.

정보인프라는 정보화 시대를 앞당길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전 국민이 "1인 1전자우편주소"를 갖게 하고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도록 전화요금을 획기적으로 내리는게 급선무다.

마지막으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정보통신 바이오 문화산업등 이른바 "머리로 하는
산업"을 키우는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산업육성은 반도체나 자동차 철강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고도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혁명의 선구자"라는 평판을 듣는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은 "인텔이
세계1위 반도체 회사로 크기까지는 바로 변곡점의 순간에 잘 대응한 덕분"이
라고 실토한바 있다.

한국 경제가 21세기 세계경제의 전면에 나설수 있을지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이 변곡점의 순간에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 ph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