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둠속에서 읽어준 점자책의 이야기를 통해 내 상상의 세계는
넓어졌고 창의력은 개발됐으며 비전은 선명해졌다. 또한 인간의 가치는 외적
준거에 의해서만 판단돼선 안되며 평범한 사람으로부터도 인생의 진리와
통찰력을 배울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맹인박사 강영우의 아들 진석이 하버드의대 입학을 위해
보낸 에세이의 한 대목이다.

어릴때의 독서경험은 이처럼 사람의 정신과 가치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뿐이랴.

어른의 경우에도 책은 외롭고 고단할 때마다 위로가 된다.

"인간은 살아서 뭔가 추구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는 괴테 "파우스트"
구절이 삶의 지표를 잃은 사람에게 주는 위안은 크기를 잴수 없다.

중학생 2.9권, 고등학생 1.5권, 성인 0.8권이라는 월평균 독서량(97년 한국
출판연구소)이 말해주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책과 멀어진다.

그러나 TV에 이어 컴퓨터게임 중독자가 늘어나면서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독서율도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학교에서 독서장제도 등을 운영하지만 별로 효과가 있는 것같지 않다.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이 "행복의 조건"에서 갈파한 것처럼 책이란 다른
놀이가 없어야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셀은 아이들이 오락과 유흥에 치우치면 미래의 성취보다 순간의 쾌락에
쏠리게 된다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훈련으로라도 독서가 중요하다고 강조
했다.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문화관광부가 전국민 책읽기운동을 펼친다
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민족적 전통을 되살리고 책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찾도록 이끌어 밝고 명랑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다.

영상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온갖 오락문화는 그것에서 멀어지는 즉시 사람을
황폐하고 왠지 공허한 느낌에 잠기도록 한다.

반면 책은 진부한 내용이라도 덮은 뒤에 더욱 깊은 생각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독서운동은 따라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쪼록 이번 캠페인이 밀레니엄북타워 건립같은 전시용 행사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의 독서인프라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