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훼즈 협주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는 세살때 디프테리아
를 앓아 앞을 못봤지만 기타를 통해 스페인음악을 진일보시켰다.

짐 애보트는 왼손만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라울 소사는 40세때 사고로 오른손을 못쓰게 된 뒤 한손으로 연주, 황금의
왼손피아니스트가 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41)는 크로스오버 앨범
"소뇨"(Sogno.난 꿈을 꾸네)가 빌보드 팝앨범 판매순위 톱을 노리는 등
클래식과 팝 양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의 에이미 멀린스는 한살때 무릎아래를 절단, 의족으로 생활하지만
육상선수이자 패션모델로 맹활약중이다.

TV에 방영된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히로다타(23)의 밝고 건강한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정상인인 나보다 훨씬 낫다"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장애를 뛰어넘음으로써 주위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은 국내에도 많다.

운보 김기창이 청각장애인임은 알려진 사실이고, 중진한국화가 박대성 또한
6.25때 팔 하나를 잃었다.

송율궁은 시각장애에 아랑곳없이 작곡에 열심이고, 초등학생 이희아는
네손가락 피아노 연주로 수많은 장애인에게 빛이 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장애극복엔 본인의 피나는 의지와 부모의 끈질긴 교육및
눈물겨운 사랑이 따른다.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곤 해도 장애인을 보는 눈은 여전히 차갑다.

여섯살때 언어치료를 위해 나간 웅변대회에서 아들이 미숙한 연설을
마쳤을 때 사회자가 정신박약아로 부르는 걸 보고 동반자살을 생각했었다는
국내자폐아 1호 박윤서의 어머니 이숙형의 말은 이땅 모든 장애인 부모의
심정을 대변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여기저기서 다양한 모임을 펼친다.

법적 제도적 지원이나 각종 행사를 통한 격려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절실한 건 사회구성원 전체의 의식과 태도 변화다.

어떤 경우에도 흘깃거리거나 피하지 않고 정상인과 다름없이 대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을 위하는 첫걸음이다.

오토다케나 이희아를 가르친 교사같은 스승이 많아야 할 건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