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안에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정보통신부장관의 호언과는 달리 정부관리기관의 Y2K문제 대응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보통신부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의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중점 관리하고 있는 5천12개 주요기관의 Y2K 대응 진척도는
대부분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까지 시스템
변환을 마쳤을 경우 55%가 진척된 것으로 인정하고 이달말까지 검증단계를
마치면 80%, 오는 8월까지 시험운영이 완료되면 1백% 해결된 것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부진한 환경기초시설의 경우 17.5% 밖에 진척되지 않았다
는 것이다. 환경기초시설 분야뿐만 아니라 교통 의료 해운항만 수자원 등의
분야는 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않은 경우가 있을 정도로 무방비상태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총리실에 Y2K
종합대책반을 설치했는가 하면 정통부는 상황실까지 두어 진척사항을 점검
하고 있다. 3개월 전부터는 공신력있는 Y2K인증기관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견상의 하드웨어만 갖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시간이 가면 어떻게 해결되겠지"하는 안일한 태도가 정부나
기업에서 불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최근의 감사원 감사결과나
세계은행(IBRD)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고 전문인력
과 자금지원도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세계은행으로부터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경고성 서한을 받고 우리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하는 등 법석
을 떨었지만 정부의 대책을 못미더워 하기는 우리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Y2K문제는 기술적으로 볼 때 그렇게 해결이 어려운게 아니라고 한다.
너무 호들갑을 떨어도 외국 시스템 공급업체들의 횡포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말까지 컴퓨터와 자동화시스템 가운데 어느 한 분야라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각종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기반시설 분야의 대비책 미비도 문제지만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아예 문제해결실태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전체물량의 75%로 추정
되는 불법복제품 사용 컴퓨터는 보호권 밖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산한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하소연할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이들에 대한 대책없이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적색경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
하고 지금까지의 대책이 겉돌아온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4일자 ).